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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엄마 10

삐약이 엄마

by 인상파

삐약이 엄마, 백희나, 책읽는곰


삐약이 엄마


삐: 삐약삐약 힘찬 울음소리

약: 약해지던 마음이 움찔했죠

이: 이제 나는 달라졌어요

엄: 엄마라고 불러주는 삐약이가 있으니

마: 마주 보면 웃음이 그냥 나와요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고양이가 병아리의 엄마라니요! 보통 고양이는 병아리를 잡아먹는 포식자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요. 백희나의 그림책 <삐약이 엄마>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고양이가 저보다 약한 존재인 병아리를 품고 가족이 되는 이 이야기는, 사악하다고 여겨진 존재도 태생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무지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 특유의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상상력은 고양이 니양이가 삼킨 달걀에서 병아리를 낳는 설정으로 시작해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어느 날 달걀을 삼킨 니양이는 뱃속이 점점 불러오고 그러다가 결국 노란 병아리 한 마리를 ‘똥’으로 낳습니다. 이 황당한 출산 장면은 병아리와 똥을 절묘하게 연결하며 어린 독자들의 웃음을 유도합니다. 이웃들은 니양이를 '삐약이 엄마'라 부르고 니양이는 삐약이를 먹이고 재우며 외출할 때마다 데리고 다닙니다. 니양이는 ‘삐약이 엄마’라는 말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지요. 누군가의 엄마라는 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호칭이지 않을까요.


<삐약이 엄마>는 단순한 유머를 넘어, 가족과 모성 그리고 부모 됨의 의미를 성찰하게 합니다.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지만 점차 삐약이를 향한 애정을 키워가는 니양이의 모습은 서툴지만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많은 엄마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요. 심술궂고 제멋대로였던 고양이가 한 생명을 돌보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진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삶과 결별하는 일이며, 생명을 기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그림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가족이란 무엇이며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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