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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머니 12

꽃할머니

by 인상파

꽃할머니, 권윤덕 글과 그림, 사계절


꽃할머니


꽃: 꽃잎 따다 가시버시하며 놀았는데

할: 할머니 다 될 때까지 죽은 듯 숨어살았네

머: 머언 남의 땅 끌려가 몹쓸 짓 당해

니: 니캉 내캉 살자던 약속 옛말이 되었네


열세 살, 전쟁에 빼앗긴 봄

<꽃할머니>는 한․중․일 평화그림책 시리즈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1940년, 열세 살의 나이에 들판에서 나물을 캐던 심달연 할머니는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른 채 일본군 막사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일본군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그림책 속 장면에는 막사 한가운데 실신하듯 누워 있는 여성들과, 그런 그녀들을 외면한 채 차례를 기다리는 군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영업시간과 요금표, 성병 검사대 등이 차갑게 그려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고통과 분노를 자아내게 합니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일제강점기 피해를 입은 여성들과 전쟁 속에서 희생된 이들에게 바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잊고 지냅니다. ‘위안부’라 불리는 분들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언니였으며, 사랑받던 소녀들이었다는 사실을요. 심달연 할머니는 “지금 세상에는 그런 일 없어야지. 나 같은 사람 다시는 없어야지. 내 잘못도 아닌데 일생을 다 잃어버리고…”라고 말합니다. 할머니들이 고통 속에서 지켜낸 진실 앞에서 우리 사회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책임과 연대로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 피해자들의 존엄을 회복하고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지구 곳곳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그리고 긴장감이 높아진 한반도까지. 13살 꽃할머니가 겪은 고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꽃할머니>는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람이자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깃드는 세상을 향한 염원입니다. 살아계신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온전히 기록되고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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