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낌없이 주는 나무 13

아낌없이 주는 나무

by 인상파

아낌없이 주는 나무, 쉘 실버스타인, 이재명 옮김, 시공주니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 아들의 고향집 방문에

낌: 낌새를 알고도 모르는 척

없: 없는 살림에 빚 얻어주신 어머니

이: 이것뿐이라 미안해하시는데

주: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 잡아드리기

는: 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떠나가네

나: 나가면 고생이니 몸이나 성하라고

무: 무정한 자식 떠난 뒤 혼잣말 되뇌셨다

주기만 하는 사랑, 좋기만 할까

작가는 몰라도 책 제목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그림책입니다. 읽어보지 않고도 내용을 다들 알고 있는 작품이지요. 쉘 실버스타인은 미국인으로 시인,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극작가, 음악가 등 폭넓은 예술활동을 펼친 사람입니다. 그의 작품은 시적인 문장과 함께 풍부한 해학과 번뜩이는 기지가 녹아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줄 때는 받을 걸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듣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베푸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그 '주는 것'에도 분명한 선이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것이 선(善)이라고 여겼지만 그 끝에는 행복보다 쓸쓸함과 파괴가 남습니다.

그림책에서 나무는 소년에게 사과와 가지, 줄기까지 내어줍니다. 겉으로 보기엔 헌신적이고 조건 없는 사랑이지만,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행복이라면 나무의 그 주는 행위는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이어졌을까요? 나무는 소년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그의 요구를 기꺼이 들어주지만, 정작 소년은 나무와의 관계는 뒷전이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만 몰두합니다. 나무는 그렇게 아낌없이 내주기 전에 자신의 존재임을 증명할 줄기 정도는 남기는 분별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결국 나무는 그루터기만 남고, 그제야 소년은 지친 몸을 이끌고 나무 곁으로 돌아옵니다. 인간은 자연을 강탈했지만 자연은 여전히 인간을 거절하지 않고 제 품으로 포용함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또한, 이 그림책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도 읽힙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마치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내어주는 부모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헌신이 때로는 자식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요. 소년은 어른이 되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나무에게 의존합니다. 나무는 소년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모든 요구를 들어주지만 결국, 그 사랑은 자식을 영원히 '아이'로 남게 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처럼, 주는 사랑만으로는 온전한 관계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 그림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keyword
이전 12화꽃할머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