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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Jan 22. 2024

책제목으로 시쓰기 14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쉘 실버스타인, 이재명 옮김, 시공주니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 아들의 고향집 방문에 

낌: 낌새를 알고도 모르는 척 

없: 없는 살림에 빚 얻어 주신 어머니

이: 이것뿐이라 미안해하시는데

주: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 잡아드리기

는: 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떠나가네

나: 나가면 고생이니 몸 성하라고 

무: 무정한 자식 떠난 뒤 혼잣말 되뇌셨다.


아낌없이 주고도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무의 지나친 희생이 소년에게 독이 된 이야기라고 할까요? 나무는 소년에게 사과나 가지, 줄기 등을 줄 수 있을 때가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행복했던 건 아니었지요. 나무는 소년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소년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만 소년은 그마저 허락하지 않고 떠나버리네요. 그래도 나무는 늘그막에 저를 찾아온 소년에게 제 그루터기를 내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나무가 소년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소년의 강탈행위가 아니었을까요? 인간이 자연을 강탈하면서 파괴하는 모습으로 읽히기도 하네요.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이 이뤄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한편으로 이 그림책의 나무와 소년은 부모와 자식으로 치환하여 읽어도 무방해 보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부모는 자식을 위해 헌신적이지만 때로 자식의 성장을 가로막는 존재가 되기도 하지요. 소년이 어른이 돼서도 독립적이지 못하고 나무에게 의존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나무의 잘못이 큽니다. 소년을 제 곁에 붙잡아두고 싶어 소년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소년을 의존적으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런 자식은 나이를 먹어서도 영원한 아이로 남게 되고 부모는 그런 자식일망정 끝까지 품안에 품으며 희생을 감수하지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이 하나 그르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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