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강아지똥, 권정생, 길벗어린이
강아지똥
강: 강둑에 강아지똥
아: 아지랑이 피어오른 봄날
지: 지칫지칫 하찮은 몸 이끌고
똥: 똥똥한 민들레꽃 피웠어요.
강아지똥은 서럽습니다. 더럽고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존재로 태어났으니 말입니다. 허구하게 많은 것 중 하필 똥 같은 존재로 태어날 게 무업니까? 그것도 개똥이라니요. 하지만 아무리 가진 것 없이 태어난 하찮은 목숨이라도 거기에는 다 나름의 뜻이 있는 거겠지요. 하늘은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만들지 않으니까요. 강아지똥은 민들레를 만나서는 주저앉아 울기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좀 더 높고 귀하게 살려내야 함을 깨닫게 되지요. 그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싸움이었습니다. 허물을 벗지 않고서는 온전히 새 생명을 얻을 수 없으니까요. 고통과 슬픔을 단련시키는 시간을 견뎌내야만 강아지똥처럼 한 송이 꽃을 피울 수 있는 거겠지요. 지금 여기의 삶을 인정하고 자신을 온전히 벼릴 수 있을 때 새 삶은 약속되겠지요. 똥은 생명이고, 사랑이고, 물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