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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07

강아지똥

by 인상파

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강아지똥


강: 강둑에 강아지똥

아: 아지랑이 피어오른 봄날

지: 지칫지칫 하찮은 몸 이끌고

똥: 똥똥한 민들레꽃 피웠어요.

똥은 생명이고, 사랑이며, 물음입니다

<강아지똥>은 똥이 거름이 되고, 그 거름을 먹은 민들레가 꽃을 피운다는 자연스러운 이치를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작가 권정생의 삶이 겹쳐져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평생 병든 몸으로 살아야 했던 그는 스스로를 낮은 자리에서 견디며 우리 사회의 거름이 되어 아동문학이라는 꽃을 피웠습니다. 강아지똥처럼 하찮고 더럽다고 여겨졌던 민초들의 삶 역시 그의 시선 안에서는 따뜻한 생명의 의미로 되살아납니다. 이 작품을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는 보지 못했는데 멀리 놓고 그림에 집중하면 그림에서 빛이 흐르는 게 보였습니다. 어쩌면 그건 똥이 꽃이 돼 얻게 된 생명의 빛이 아닐까요.

1969년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은 이 작품은 1970년대 중반 책으로 출간되었고, 1996년에는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나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에니메이션 영화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더럽고 버림받은 존재인 강아지똥은 주변 인물들처럼 각자의 운명을 짊어진 채 살아갑니다. 가뭄에 고추를 살리지 못한 흙덩이, 바람에 떨어질 운명의 감잎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민들레와의 만남을 통해 강아지똥은 스스로 쓰임을 깨닫고,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내어주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 선택은 슬프지만 숭고합니다. 하늘은 쓸모없는 생명을 만들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강아지똥은 자신의 몸을 녹여 생명을 피워냅니다. 누구도 원치 않았을 ‘똥’이라는 존재가 결국 한 송이 꽃을 피우는 거름이 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견디고 벼려낼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약속된다는 진실을 말해줍니다. 똥은 생명이요, 사랑이며, 존재의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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