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불가사리, 김중철, 웅진
불가사리
불: 불똥 속에서 살아남고
가: 가시덤불에서 살아남은 불가사리
사: 사이다 같은 할머니의 호통소리에
리: 리듬을 타면서 퐁퐁 작아졌어요.
불로도 죽지 않는 괴물, 말로 녹이다
불가사리는 바다의 별이 아닌 괴물의 이름입니다. ‘불가사리’ 하면 바닷속의 별 모양 생물을 떠올리지만,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그와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고려 말 혼란한 시기에 나타났다는 전설 속의 괴물로 쇠를 닥치는 대로 먹으며 무한히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불가사리라는 말에는 ‘불가살이(不可殺伊)’로 죽일 수 없다거나 ‘불(火)’로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불로도 죽지 않는 더 강력한 생명력으로 묘사됩니다.
그 무시무시한 괴물은 놀랍게도 평범한 일상에서 태어났습니다. <쇠를 먹는 불가사리>(정하섭)에서는 가족을 잃은 아주머니의 외로움 속에서, <불가사리>(김중철)에서는 할머니의 때 뭉침이 고물거리면서 불가사리로 탄생합니다. 인형처럼 작았던 불가사리는 쇠 맛을 본 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마을의 쇠란 쇠는 모두 집어삼키고, 거대한 괴물이 되어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깁니다. 마을 사람들은 불과 화살로 괴물을 없애려 하지만, 폭력은 오히려 불가사리를 더욱 사납고 거대하게 만들 뿐입니다.
사람들이 두려움에 폭력으로 맞서려 할 때, 할머니는 조용히 불가사리에게 따끔한 충고 한마디를 던집니다. 그 말 한마디에 불가사리는 마음을 열고 폭력성을 거둡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진심 어린 말 한마디는 화살보다 강하고, 불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요. 괴물도, 사람도 결국 마음을 여는 건 따뜻한 말이라는 점에서 이 그림책은 ‘폭력’보다 ‘공감’의 힘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