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햇살의 고백
부서진 햇살의 고백
한 줄기 빛이 손끝에서 부서졌다
그 파편을 주워
입술에 올려 보았지만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
그림자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내 가장자리부터 잘라냈다
벽과 벽이 가까워지며
숨 쉴 틈이 서서히 사라졌다
나는 한때
벽을 타고 오르던 온기였고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동자였으나
이제는 잘려 나간 나뭇잎처럼
하늘과 아득히 멀어졌다
닿아야 할 어깨가 사라지고
갈라진 입술에도 닿지 못한 채
통통 튀는 빗속에서
흙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손톱만큼 남은 온기의 자리
뒤이어 파고든 허기가 잠식해 갔다
무덤에 우물을 팠으나
그 물은 입술을 적시지 못했고
허기는 빈자리를 갉아먹으며
안쪽에서 바깥으로 흐르던
빛줄기를 끊어냈다
한때는 봄빛이었으나
겨울이 스며들어
꿈결처럼 내 안을 점령하고
마침내 그 빛마저 토해냈다
그리하여 빛은 나를 잊었고
나는 나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가끔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때는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떠올린다. 그게 사랑이든, 생활이든, 자기만족이든, 혹은 마음속에만 간직한 비밀이든. 그러나 그마저도 위로가 되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순간이 있다. 세상에 자신을 던져버리고 싶은 날, 나무에 매달린 누런 이파리를 보았다. 햇살이 그 위에서 부서지고, 곧 뒤이어 떨어진 빗방울이 그 햇살을 삼켜버렸다. 그때, 어디선가 ‘목마르구나’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목마르고, 허기에 목말라하는 내 안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