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기웃거리다 42

그림자

by 인상파

그림자


때 늦은 부고를 받고

구멍마다 숨이 막혔다

숨을 기다리던 바람은

삶과 죽음의 계단에서

통곡하는 상여를 부여잡았다

오랜 기다림 끝의 죽음은

노을 속 검은 그림자처럼

삶의 폐부를 찢고 들어섰다

숨통이 끊어진다는 것

육신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

사라지고 싶으면서도

사라지길 거부하는 마음

꽃잎이 바람을 거부하며

끌어당기듯 입맞춤하는 순간

죽은 듯 살고

사는 듯 죽는다

코와 입이 없는

막힌 구멍을 뚫고

햇빛도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먼지처럼 부유한다

살면서 죽음을 빨아들이고

죽으면서 삶으로 빨려들어간다

인생은 죽음을 뒹굴며

붉게 지는 하루였구나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남은 자의 손에는 부고 한 장이 쥐어진다. 너무 늦게 도착한 부고였다. 이미 한 생의 숨은 사라지고 없었다.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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