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걸린 마음
바람에 걸린 마음
마음을 비틀어 떠나갔다
차마 손을 흔들진 못했다
남은 마음은 앓아누웠다
마음이 마음을 떠나보내니
먼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듯했고
깊은 물 속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유리창 너머 풍경처럼
고향을 잃은 메아리만 남았다
같은 길 위에 서 있어도
발자국은 서로 다른 계절을 밟고
웃음 속엔 말라버린 강물이 흘렀다
강바닥을 홀로 걸어가는 발자국
그 위로 쓸쓸한 그림자의 영혼이
거친 물결 속에서 몸부림쳤다
주인 없는 이름을 떠돌며
불러주는 이 없는 이름이 울자
한밤중 어둠 속에서
바람은 네 이름으로 울었다
마음이 떠난 자리에
불러도 너는 오지 않고
오지 않은 너를 기다리며
지나가는 바람에 마음을 걸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 남은 것은
우는 마음의 그림자뿐이었다
마음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지요. 따뜻했던 자리가 식어가고, 함께 걷던 길이 엇갈릴 때, 남은 것은 발자국 대신 바람뿐이었습니다. 마음이 떠난 자리를 붙잡으려 애쓰다 보니 멀어지는 눈빛이 보였고, 멀어졌다는 말을 삼켰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기다림 속에서 마음이 그림자가 된 시간을 다시 불러내어 이 시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