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의자
파란 의자,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최윤정 옮김, 비룡소
파란 의자
파: 파란 의자는 요술이라서
란: 란도셀 책가방이 되었다가
의: 의사의 청진기가 되었다가
자: 자동차의 핸들이 되었다가
파란 의자, 상상력의 자리
<아름다운 책>의 작가 클로드 부종의 또 다른 그림책 <파란 의자>는 상상력의 본질을 유쾌하게 탐색합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파란 의자를 발견한 두 친구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그 의자에 앉지 않고 놀이도구로 삼습니다. 의자가 자동차가 되고, 비행기가 되며, 서커스 곡예사의 도구가 되는 과정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잘 보여줍니다. 그들에게 의자는 단지 앉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놀이터이고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낙타의 표정은 곱지 않습니다. 팔짱을 끼고 인상을 찌푸린 채, 의자의 ‘정해진 용도’에서 벗어난 그들의 행동이 못마땅해 보입니다. 결국 낙타는 의자를 빼앗아 앉아버리고 맙니다. 꼼짝도 하지 않는 낙타는 마치 "의자는 앉는 데 쓰는 것이지, 가지고 놀 물건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 장면은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드러냅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발휘되면 어른의 일이 많아지기 때문일까요? 어른의 세계는 종종 아이들의 상상을 제지하려 듭니다.
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사막에서 의자를 발견하면 나는 앉을까, 아니면 갖고 놀까?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아무래도 낙타 쪽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의자를 보면 일단 앉고 싶고, 상상보다 휴식을 택하는 쪽이지요. 상상력이 부족하다고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상상력이 많든 적든,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니까요. 다만 가끔은 파란 의자를 앞에 두고, 에스카르빌과 샤부도처럼 놀아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납니다. 상상이 허락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어른으로서 충분히 아름다운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