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기웃거리다 45

그것

by 인상파

그것


입술을 앙 다물고

두 손으로 꽉 움켜잡았는데

그걸 어디에서 잃어버린 걸까


엄마의 뱃속일까

머리 풀고 누웠던

어느 강바닥이었을까

마음이 허기진 날

어느 그림자에 걸어두고

날마다 보는 그 눈의 귀에

뼈와 살처럼 달라붙어서

그걸 이리 애타게 찾는 걸까

쓰고 단내 나는 세월

인비늘 같은 침묵으로 버텼는데

그걸 어디 두고 온 걸까

뒤돌아서면 보일락말락

허물 벗은 뱀처럼

길 위에 찍힌 허기진 발자국

마침표를 찍으려 했으나

한 땀 한 땀 쉼표를 잇고

오늘을 마주하여 살아내도

길 위의 허기진 발자국

그걸 어디에 두고 온 걸까

소나기 같은 한 줄기 바람이

허기진 발자국 위에 머물렀다

멀지 않은 곳

한때 나를 품었던 자리에서

땡볕 같은 매미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 울음은

잃어버린 나의 이름을 부르듯

허기진 발자국을 부풀렸다

마음이 허기진 날에는 뭔가를 잃어버린 듯하다. 손 안에 쥐었다고 믿었는데, 막상 찾으려 하면 어디에도 없다. 오래 잊고 지내다가 불현듯 찾게 된다. 그것은 삶을 밀어올리는 사랑이었고, 태곳적 고향이었으며,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내 안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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