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술주정하듯 대답 없는 사람을 향해
엄마를 불러본다.
주무시던 엄마
눈을 가늘게 뜨고
가을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힘없이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린다.
눈을 감고 있는 엄마를 지켜보며
엄마가 엄마인 걸 몰라도
내게는 엄마인 걸.
딸이 딸인 걸 몰라도
엄마에게는 딸인 걸.
캄캄한 세상으로
머나먼 길을 나서야 할 것만 같은
서럽고 쓸쓸한 안개가 피어나는 이때,
잠 속을 헤매는 엄마라도 붙잡고
엄마, 엄마, 엄마를 불러야
세상은 그나마 온기가 남아 있고
가쁜 내 숨도 제자리 돌아온다.
엄마라고 불렀을 때
내 안의 막힌 길이
아주 조금 열리는 것만 같았다.
엄마라고 불렀을 때
엄마가 세상의 엄마처럼
나를 그윽히 바라봐주지 않아도,
엄마의 세계에 빠져들어
딸이 딸인 걸 모르더라도,
축 늘어진 젖가슴에 파묻혀
엄마, 엄마, 엄마.
엄마라고 아직 부를 수 있으니
엄마인 내가 아이가 될 수 있고,
엄마는 엄마로 남아
세상의 울음을 건드릴 수 있다.
울적하고 답답한 밤, 어머니가 주무신다. 나는 갈 곳 없는 사람의 심정이 되어 벽과 다를 바 없는 어머니를 흔들며 엄마, 엄마를 불러댄다. 주무시던 어머니의 눈빛이 사납다. 그 눈빛을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엄마를 불러댄다.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만사가 귀찮다는 투로 쏟아낸 욕설이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엄마를 지겹도록 불러댄다. 술 취하지 않아도 술 취한 사람처럼 내 정신은 반쯤 나갔다. 어머니의 가슴팍까지 파고들어 엄마, 엄마를 부른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