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글 46

망설임

by 인상파

어렵다.

딸인지 아들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나는 엄마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당신은 딸자식이 없다고 말한다.

이 사람을 주야간보호센터에 보내는 일도 쉽지 않다.

거기 가면 잘 돌봐 주겠거니 믿어야 한다.

그 믿음 하나로 하루를 맡겨야 한다.

그런데 그 믿음을 흔드는 일이 생기면 마음이 갈라진다.

이 사람을 계속 다니던 센터에 보내야 할까.

아니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까.

나를 딸로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을 대신해 결정은 온전히 내 몫이다.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이 말하는 그 보호자인가.

딸인가.

아니면 그저 이 사람을 어딘가로 보내는 사람일 뿐인가.

다른 곳이라고 다를까.

다니고 안 다니고를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좋은지 싫은지조차 모르는 사람에게,

오직 모른다는 말로 하루를 버티는 사람에게 무슨 의견을 물을 수 있을까.

꼭 어린아이를 놀이방이나 유치원 보내놓고 걱정하는 엄마 심정이 된다.

7년 가까이 다니던 센터다.

기억은 희미해도 몸은 기억할 것이다.

아침에 들어가던 문, 복도에서 들리던 목소리,

낯익은 얼굴들, 하루의 순서 같은 것들을.

그래서 그것들을 가볍게 여길 수가 없다.

그러나 그곳에서 어머니가 척추를 다쳤다.

그 일 이후로 마음이 자꾸 멈칫한다.

그래도 다시 그곳에 보내도 되는 걸까.

아니면 그 기억을 끊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걸까.

다른 곳이라고 조금 다를까.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좋다 싫다도 말하지 않는다.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은 결국 나다.

기억을 잃은 사람 대신

기억하는 사람이 결정을 해야 한다.

적응을 못하면 어쩌지.

거기서 잘 지내실 수 있을까.

정말 잘 돌봐 줄까.

사람을 돌보는 일은

결국 마음이 가야 하는 일인데.

사람을 대하는 일은

마음이 따라야 하는 일인데.

그 마음이 사람의 일이라서 더 어렵다.

돌보는 것도 사람이고

돌봄을 받는 것도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을 맡긴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믿는 일인데

자꾸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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