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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Mar 17. 2024

간병일기 34

어머니

어머니


발작이 있고 남편은 잘 먹지도 못하고 근육통을 호소하며 자리 보전을 했다. 아침에 어머니께 전화로 남편이 쓰러진 사실을 말씀드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침 식사 중이었던 모양이다. 드시던 밥을 못 넘기시고 울먹이시느라 한참 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에미야, 병원에 입원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  그 말씀이 전부였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실 거다. 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음을. 발작을 하더라도 병원에 있으면 의료진이 있으니 집에 있는 것보다 안심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일어날 발작을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전부터 어머니는 몇 번씩 내게 남편을 입원시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 나는 또 늘 같은 대답을 했다. 병원에 가봐야 남편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오히려 가족들이랑 함께 지내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모르겠다. 발작을 보게 되면 판단이 서지 않은다.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면 겪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일을 몇 번씩 겪다가 이 사람을 아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수순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어머니는 옆에서 지켜보는 게 아니고 소식을 들은 입장이니 아픈 아들에 대해서 심적으로 더 고통스러우실 거다. 나 또한 말은 그렇게 해도 남편에게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 병원이니 말이다. 나아질 병이 아니니 병원에 가 봐야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응급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니 겁이 나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도 아직은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족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밤새 내린 눈이 쌓이고 또 쌓였다. 날은 추운데 째릿째릿한 볕이 창문을 통해 거실에 들어와 앉았다. 세상은 저 볕처럼 따사로워 내 마음의 암울한 기운을 몰아내 줄 것만 같다. 살음의 막다른 골목을 가고 있는 남편을 마지막 순간까지 잘 지켜주고 싶다. 살아 있어서 참담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지만 잘 인내하고 싶다.( 2010년 12월 30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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