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몽
셋, 둘, 하나, 낙하.
이 하강이 내 의지였는지, 다른 이의 의지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난 현재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귓바퀴에 소용돌이치듯 휘몰아치는 소리와
타격하듯 내 몸을 때리며 지나가는 바람들,
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드넓은 시야가 지금 내 것이다.
우측에는 지평선.
그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눈부신 광휘가 내 눈을 찌른다.
좌측에는 수평선.
그 수평선 아래로 태양이 떨어지며 천지를 노랗게 물들인다.
바로 아래에는 광활한 바다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이 양쪽에서 비추는 태양빛을 받으며 윤슬과 함께 너울거린다.
이 모순적 절경의 감상에 빠지려는 찰나에
이 모든 게 결코 현실일 수 없다는 자각.
그 자각을 느끼는 순간, 퍼뜩 눈이 떠진다.
꿈이었다. 너무 생생하였기에
혹시나 하고 급히 창 밖을 봤지만
당연하듯 태양은 한 개뿐이고
꽃은 땅 위로 제자리를 찾아갔다.
꿈에 마음을 쓴 것이 허탈하여
눈을 비비며 멍하니 잠깐 앉아있는다.
오늘은 월요일, 그리고 출근이 한 시간 남아있다.
금요일 저녁이었던 게 방금이었던 것 같은데
주말이 시간의 모순적 흐름에 의해 찰나처럼 지났다.
아까의 꿈속 풍경보다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이 월등히 모순적이라고 느껴진다.
꿈에서 모순적 절경을 자각함과 동시에
꿈에서 깨어났던 것처럼
지금 내가 주말의 모순적 시간을 자각하고 있기에
마찬가지로 번쩍 눈을 뜨며 깨어나고 싶다.
금요일 저녁에 꾸는 꿈으로
지금 순간을 당장 그 꿈속으로 편입시켜버리고 싶다.
얼른 일어나서 씻기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