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자신감

by 롤로로

난 항상 여러 가지 현상이나 사상, 관념, 종교 등의 믿음들에 대해 자신이 받아들일 때는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맹목적인 추구, 무비판적 믿음, 회의감 없는 맹신만큼 위험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난 아직도 여전히 헷갈린다. 그렇게 계속 의심하고, 파헤치고, 비틀어보고, 뒤집어도 보는 자세나 태도가, 그 방향이 나를 향할 때는 어떨까.

나의 신념, 가치관, 인생관들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거듭할수록 나 자체에 대해 의심해야 하고, 나의 지론과 내가 믿었던 신념, 이념들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 회의가 들수록 나에 대한 확신, 그러니까 자신감은 반비례하여 줄어들 것이다. 어느 선까지 나 자체와 내 믿음들을 '의심' 또는 '신뢰'해야 할까? 어느 정도가 적정선이고 적당한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자신감은 어디에서 발원되는가? 자신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 이 자신감이 적으면, 남들에게 휘둘리는 것에 취약하여, 흔히 말하는 가스라이팅에 당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과하다면 남들 말은 물론이고, 사람 자체도 무시, 배격해 버리는 방약무인하고 거만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중간은 어디일까? 내가 자신에게 확신에 차, 상대방의 언행에 흔들리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아니, 모든 개념을 포괄하여 무결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그 이상.

결국 귀착된 결론은 이렇다. 이상은 없다, 나에 대한 의심으로 지치기도 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비쳐 보일지언정 다른 현상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존재가 될 거라는 다짐.

나이가 들수록 습관이 고착화되어, 관성이 되고, 타성이 된다. 그렇게 고집이 센 어른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난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다른 이의 말을 귀 새겨듣고, 불치하문이라는 말처럼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창피해하지 않는, 그런 말랑한 생각을 가진 사람, 사고가 열려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순풍에도 매번 흔들리지만, 강풍에도 부드럽게 너울거리기만 할 뿐 꺾이지는 않는 버드나무.
순풍은 끄떡없지만, 강풍에는 꺾여버리고 마는 참나무.
나에게 강풍이 불면 난 어떻게 될까?

거센 바람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고, 탄력 있게, 낭창낭창 흔들리는, 부드러운, 난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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