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욕구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책은 스릴러 장르로서 준후라는 학교 선생님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릴러'라는 장르를 잘 읽지 않기도 하고, 많이 읽어보지 않았어서 전개가 어지럽거나, 내용이 지리멸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부드럽고 매끄럽게 읽혔다. 파종해 놓은 복선들이 잘 거두어지기도 했고, 개연성이나 당위성 부분에서도 어색함이 없었다.
어느 한 마을에서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형사가 범행의 단초를 좇는 과정에서 준후의 외도 상대인 18세 다현의 죽음, 이미 사망한 다현의 어머니와 관련된 여러 피해자들, 또 그 피해자들과 다현의 숨겨졌던 관계들, 준후 스스로의 명예를 위한 사체 유기, 유기과정에서의 목격자의 협박, 그리고 그 목격자의 죽음, 별거 중인 아내와의 갈등 및 다현을 포함한 이들 사이에서의 치정, 형사들과의 심리 싸움 등의 이야기들이 그 과정 안에서 적재적소에 안배되어 있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스릴러'라는 장르는 극단적인 형태의 '경고'라고 말하였다. 이 책에서는 그중 '인정욕구에 대한 경고'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녀는 인정욕구의 어떤 부분을 경고하고 싶었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중 매슬로우라는 학자가 있다. 그는 욕구 5단계라는 이론을 제창하였는데, '인정욕구'와 어느 정도 부합하는 부분이 있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가장 하위욕구인 (1) 생리적 욕구부터 (2) 안전의 욕구, (3) 소속과 애정의 욕구, (4) 존중의 욕구 그리고 제일 상위욕구인 (5)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여기서 3번과 4번은 타인에 의한 인정욕구에 해당할 것이고, 자기 자신에 의한 인정욕구는 5번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는 보통 3번과 4번에 해당하는 타인에 의한 인정욕구에 항상 갈증이 나있다.
부모에게서의 인정, 스승으로부터의 인정, 남편이나 아내로부터의 인정, 직장상사에게서의 인정, 동료들로부터의 인정, 그 밖의 여러 주변 친구 및 지인으로부터의 인정. 이런 인정들은 대개 개인에게 있어서 매우 강력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 그에 반해 자신으로부터의 인정은 어떨까? 자기 자신을 그 자체로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교육받으며 자란다.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돈을 많이 벌어야, 그래야 마땅한 것이고, '정상'인 것처럼. 뉴스나 드라마, 영화도 다 마찬가지다. 모두 위와 같은 소양들을 가리키고 추구한다. 이들을 접하며 자란 우리의 가치관은 획일화되었으며, 자연스레 '남들로부터의 인정'을 갈구하는 성향이 내재화된 것이다.
하지만 남들로부터 받는 인정은 한계가 있다. 그렇게 남의 인정을 수혈받다, 어떠한 계기로든 그 인정이 끊기면 그 사람은 무너져버린다. 다른 이에게 인정받아야 '정상인'이라는 사고를 사회로부터 주입받았기 때문에. 하지만 메슬로우가 이야기하듯이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인정욕구는 나 자신에게로 향해야 한다.
결국 준후도, 그의 아내도, 다현도 모두 다른 이의 인정을 좇고 그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여 종국에는 그들의 삶이 올바른 궤도를 벗어나버렸다.
책으로서 저자가 울려대고 있는 경종이 저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