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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n 15. 2023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오늘은 입행 동기들과 함께 딤섬, 쿼바로우를 점심으로 먹고 카페에서 담소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주로 건강, 취미활동과 노후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분당에 사는 C친구가 며느리 이야기를 슬며시 꺼냈다. 증권회사에 다니던 며느리가 얼마 전, 아무런 연락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요즘은 손주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자주 찾아온다고 했다. 동기들이 효심이 지극한 며느리라고 칭찬을 하자, 며느리가 찾아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 친구는 며느리가 손주를 데리고 올 때마다 십만 원을 주는데, 게다가 며느리는 시댁에서 중고 물건을 찾아 '당근 마켓'에 판다는 것이다. 물론 물건 주인의 허락은 받지만 판매 대금은 며느리의 몫이다. 지금까지 처분한 물건은 양주, 포도주, 외제 넥타이와 미생(만화) 세트 등 다양하다.


한 번은 며느리가 골프화를 보더니 "아버님, 이 신발을 요즘 신으세요?"라고 물어와 "골프 신발은 안된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는데 그 이유가 사실 요즘은 골프를 치지 않지만 혹시 다시 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구가 "쓰지 않는 중고 물건은 빨리 처분하는 것이 현명하지요."라고 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상의하여 시아버지의 중고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는  다.


얼마 전,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어보았다. 이 단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추운 겨울날, 가난한 구두 수선공인 시몬이 교회 앞에서 발가벗은 남자를 구해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오갈 데 없는 그를 불쌍해 여겨 구두수선 조수로 일하도록 다.

그는 하나님에게 벌을 받아 쫓겨난 천사, 미하일(미카엘의 러시아 발음)이고,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었다. 시몬의 집에서 7년간 살면서 결국 그 3가지 답을 얻어 하나님의 용서를 받는다.


그 질문은 첫째,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였다. 미하일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각각 이렇게 답을 얻었다.


자기를 구해준 시몬을 보고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일 죽게 될 운명을 모르고 오랫동안 신을 수 있도록 구두를 주문한 부자를 보고 인간은 자기 운명(미래)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엄마 잃은 아이를 키우는 부인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알았다고 다.


톨스토이는 인간 존재의 본질이 사랑이며 인간은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우화로 꾸며서 쉽게 이야기한 것이다.


이 단편은 종교 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다.


성경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일용할 양식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유무형의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고 한다. 생존을 위한 의식주는 물론, 그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재물, 나아가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관계들이나, 자기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는 어떤 역할 같은 것까지도 포함한다..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한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인생 명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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