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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06. 2023

오월과 어머니 은혜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머니란 성경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어머니는 자신을 낳거나 양육한 사람이다. 어머니가 되는 것을 큰 기쁨과 행복으로 간주한다. 어머니는 아이를 잉태하고 고통 중에 출산하지만, 그 자녀로 인해 고통을 잊어버린다. 낳은 자녀를 양육하며 그 뒤를 보살펴주고 신앙의 후견인이 된다. 자녀에게 훈계로서 옳은 길을 제시하고 아들의 배우자를 선택하기도 한다. 자녀로 인해 영광을 받기도 하고

욕을 먹기도 한다. 따라서 자녀는 어머니를 공경하고 순종하며 기쁘게 해 드리고 봉양해야 한다.'     


   어버이날이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 마음이 울적하다. 부모님 생전, 효도를 하지 못한 한()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1998년 2월 어느 날, 어머니가 변비 증세가 심해 신체검사를 받으셨고 그 결과, 병명이 대장암이었다. 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고 눈앞이 캄캄했. 오래 사실  없겠다는 불길한 생각도 뇌리를 스쳤다. 당시, 나는 명동에 있는 외환은행에서 근무하였는데, 매일 퇴근 후 어머니가 입원한 서울아산병원으로 갔다. 몇 달이 지나도 어머니 병세는 호전되지 , 얼마나 더 오래 사실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인생이란 한 달은 물론, 하루의 시간도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저녁 무렵, 잠실철교를 건너서 서울아산병원으로 갈 때, 무심(無心)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고, 인생이 덧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인간은 도대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명제를 화두로 그 대답을 찾는데, 갈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점차 수척해지는 어머니 얼굴을 보며, 내 마음속에 품었던 희망의 불씨도 점점 사위어갔다. 결국, 어머니 이 병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신록의 계절, 오월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나는 통한 마음으로 고향 선산에 어머니 유택을 마련하 어머니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묘비명을 다음과 같이 썼다.

   '근검절약(勤儉節約)과 인덕(仁德)을 신조로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님을 영원히 기리고자 자원동 양지바른 언덕에 이 비(碑)를 세웁니다. 1927년 음력 5월 6일에 태어나, 지극한 아내와 자애로운 어머니로 평생을 사셨고, 1998년 음력 4월 2일에 유명()달리하셨다.'     

   수필가이자 영문학자인 피천득은 '오월'이란 수필에 신록의 계절, 오월을 이렇게 묘사했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21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맑고 순결한 신록의 아름다움에서 젊은 날의 외롭고 쓸쓸한 죽음의 기억을 떠올린 작가는 그 죽음의 이미지에 대비되어 신록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노래했다.     


   나는 오월이 순결한 신록의 계절이고, 봄꽃이 만발하는 계절의 여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달이라 그리움이 사무치는 오월이다. 어머니 생전에 사랑한다는 말씀을 한 번도 해드리지 못해 더욱 애틋한 오월다. 지금이라도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나면 꼭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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