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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06. 2023

장자와 세한도

'장자(莊子)는 가난하여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그 제후가 말했다. "좋다. 나는 곧 내 땅에서 나오는 전세(田稅)를 받게 되는데, 그때 너에게 삼백 냥을 빌려줄 수 있다. 그래도 되겠는가?" 그러자 장자는 화를 내면서 "제가 이곳으로 올 때 소리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마차 바큇자국을 돌아다보니, 거기에 붕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붕어에게 "너는 뭘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붕어는 "저는 동해의 왕국에서 파도를 담당하는 파신(波臣)데, 당신은 한 국자의 물로 나를 살릴 수 없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다. 나는 지금 남쪽으로 오나라와 월나라의 왕에게 유세를 가는 중이니 서강의 물길을 네가 있는 곳으로 향하도록 하겠다. 그래도 되겠는가?"라고 말하자 붕어는 화를 내면서 "저는 없으면 살 수 없는 그런 것을 잃었습니다. 제게는 살 수 있는 곳이 지금 없습니다.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나를 살릴 수 있는 한 국자의 물입니다. 만약 그것이 당신이 말할 수 있는 전부라면 당신은 건어물 진열대에서 저를 찾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글은 중국 송나라 장자(莊子)의 외물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장자는 이 비유를 통해 사람이 급할 때 조금만 도와줘도 될 것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말장난으로 희롱하는 것에 대해 준엄하게 꾸짖었던 것이다. 그는 욕망을 버리고 무위자연의 태도로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본성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보았다.


2018년, 손창근 옹께서 305점의 많은 국보와 문화재를 국가에 기증하였으며, 2019년 12월 초 국보 제180호 완당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용인의 200여만 평의 땅을 국가에 기증하였고 카이스트(KAIST)에 51억을 기부한 적도 있다. 선친인 손세기 옹은 수백 점의 귀중한 고서화를 1974년에 서강대 박물관에 기증했다.

2대에 걸쳐 기증과 기부를 생활화하여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인물이다. 손창근 옹의 아들, 연세대 손성규 교수는 "세한도는 우리 가족이 50년간 보관하였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재산이 많다고 반드시 이웃을 돕고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장자는 가난하여 양식이 떨어졌고, 감하후는 재산이 많아 전세를 받았다.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서 상대방의 간곡한 요청을 들어주지 않은 감하후 같은 사람이 수 천년이 흐른 지금도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기업가로 사회에 기부하는 사람도 더러 않다. 예컨대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은 혁신적인 경영 마인드를 일찍 실천하여 크게 성공했다. 재산이 모아지자 그는 모교, 서울대에 개인 재산, 100억 원을 기부하여 강의실을 신축했다. 서울대는 그 건물의 이름을 기부자의 요청에 따라 배움의 중요함을 늘 강조하셨던 그의 부친 성재경 선생의 호를 써, '우석 경제관'이라 명명했다.

나의 한 친구는 콘택트렌즈를 제조하여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코스닥 상장업체를 경영한다. 80년 대, (주)대우실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해 사업에 성공했다.

그는 모교인 서강대 박대위 교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박대위 교수 장학회'를 만들어, 그 기금은 노시철 회장이 개인 재산으로 매년 출연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액의 기금이 출연되었는데, 스승님께 보답한 아름다운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기부자, 자신들의 이름을 대신하여 부모나 존경하는 스승의 이름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겸손함이 우리를 더욱 감동시킨다.

노시철 회장과 서강대 박대위 명예교수

깊은 밤, 높은 곳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면 수많은 십자가가 반짝인다. 전국 어느 산에도 사찰이 어김없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느님은 사랑을 가르쳤고 부처님은 자비를 일러 주셨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 불경기로 실직당한 중년의 가장들, 재난을 당해 시름에 빠진 여러 이웃들이 오늘도 시린 가슴을 안고 힘들게 하루를 살아간다. 가난과 질병의 고통은 당사자는 물론이지만 국가와 사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성탄절,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가슴에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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