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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11. 2023

죽음, 최상의 법문

   매화꽃이 피었다는 새봄 소식이 들려왔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는 새봄을 가장 먼저 알리전령이라고 한다. 친구들은 기다리던 봄이 왔다고 매화꽃 사진을 보내오고, 들뜬 기분으로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올해, 친구 몇은 고희를 맞는다. 고희(古稀)는 두보의 시, '곡강이수(曲江二首)'에 나오는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한 말인데, 예로부터 70세까지 산 사람이 드물었다는 뜻이다.

   얼마 전, 죽음에 대한 다음의 글을 읽고, 인생이 덧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최인호는 인기 소설가고, 애플 창업을 한 스티브 잡스는 정보기술 발전에 공헌한 세계적인 인물이었다. 이 두 사람은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였지만 결국, 생을 일찍 마감했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향해 간다.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가 누리는 쾌락, 우리가 보내는 시간 속 어디에도 죽음이 독처럼 녹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죽음이 자기와 상관없는 남의 일인 것처럼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다. (최인호 소설, '길 없는 길' 중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이다. 아무도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천국에 가고 싶다는 사람조차도 죽어서까지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의 숙명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면 당신은 정말 잃을 게 없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스티브 잡스,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문' 중에서)"


   나는 죽음의 진리를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죽음은 끝이요, 시작이다.'라고 생각한다. 즉, 죽음은 육체의 소멸이자 영혼의 새 출발이다.

   나무는 봄에 싹이 트고 자라 가을에 열매를 맺고, 나뭇잎은 떨어져서 땅속으로 사그라진다. 인간이 겪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인생도 이와 다. 인간도 새싹을 틔우기 위해 사그라진다.

   둥근 보름달이 차차 사그라지다가 그믐이 되면 거의 사라지고 다시 초승달로 되살아난다. 이것은 돌고 도는 세상 이치와 같다. 인간은 죽어서 지풍수화(地風水火)로 사그라져도 자손은 계속 태어나고 자란다. 따라서 인간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아버님 기일(忌日). 아버님은 고희를 한참 채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셨다. 한평생 공무원으로 봉직하셨고, 6.25 전쟁 시절, 북한 인민군에게 붙잡혀 총에 맞았으나 기적적으로 깨어나셨다. 1.4 후퇴  어린 장남을 저세상으로 보낸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오신 분이다.

   아버님이 귀천하신 날, 하늘도 슬픈지 많은 비가 내렸다. 학(鶴)은 슬픈 표정을 짓고, 한동안 산소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풀과 나무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아버님과의 영원한 이별이 그토록 슬픈 것인지 난생처음 깨달았다.


   사람들죽음을 외면하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고 말한다. 사실, 인간은 죽음을 재난으로 여기고 두려운 것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죽음이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호흡과 맥박 하나에 매달려있는 단순한 것이라고  수도 있다. 늘 죽음 가까이 살고 있는 우리는 죽음을 겪어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상상으로 규정할 뿐, 정확히 아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두렵고 오묘한 이 명제를 놓고 그 해답을 찾는데 갈급하기도 한다. 학자들은 '한 생명체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원형으로 회복될 수 없는 상태가 죽음이다.'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삶을 규명하지 않고, 죽음에 대한 완전한 답이 있을 수 없으며, 또한 죽음의 세계란 인간의 경험 영역, 지각 영역을 넘어서는 차원의 문제이기에 그 본체를 파악하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라고 규정한 철학자도 있고, 산다는 것이 무덤을 향하여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가는 과정이라고 말한 소설가도 있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Montaigne, M.)는 그의 수상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디에서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죽음을 예측하는 것은 자유를 예측하는 일이다. 죽음을 배운자는 굴종을 잊고, 죽음의 깨달음은 온갖 예속과 구속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 공자에게 "죽음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공자는 "삶도 제대로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느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출처 : 한국민족 대백과)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아담으로부터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왔으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다.' 요컨대, 죽음은 죄에 대한 벌(罰)을 말하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이 죄는 원죄(原罪)를 가리킨다. 한편, 불교는 죽음을 이렇게 설(說)한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무(無)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입었던 옷을 훨훨 벗어던지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낡은 허물을 벗는 것이 죽음이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윤회(輪廻)다. 새로운 옷이 무슨 빛깔이 되고 어떤 모습이 될지는 이승의 업(業)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무(無)가 아닌 동시에 두려워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니다.'

   불교 경전, 반야심경(般若心經)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실체가 없다. 따라서 낳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사그라져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설한다. 그래서 삶이 곧 죽음이요, 죽음이 곧 삶이라, 처음부터 구별이 없다는 뜻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오직 신만이 대답할 수 있는 명제다. 그래서 인간은 종교를 통해 죽음을 이해함으로써 공포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당신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완성으로 만드는 길을 찾아라!" 정치가이자 문학가인 스웨덴의 닥 함마슐트(Dag Hammarskjold)가 남긴 인생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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