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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12. 2023

소금과 중용

오늘 점심은 아내가 삼계탕을 준비했다. 예로부터 복날에는 그해의 더위를 물리친다 하여 개장국이나 영계백숙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나는 식탁 가운데 있는 소금을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삼계탕에 넣었는데, 아내가 깜짝 놀라면서 "웬 소금을 그렇게 많이 넣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소금은 혈압을 올리고 성인병을 유발하기 쉽기에 가급적 적게 소금을 먹어야 한다는 충고도 다.


내가 금을 탐한 이유는 동우회 카페에  선배가 쓴 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선배는 '불로초는 소금이었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지구상 모든 동물은 염분을 많이 섭취하는 동물일수록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 짠 해초를 주식으로 하는 바다거북이는 300년을 살고 흰수염고래는 100년을 산다고 한다. 그 외에도 어떠한 방법으로든 소금을 많이 먹는 동물일수록 평균 수명이 길다. 우리나라는 1907년도에 처음으로 천일염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사람들의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으니 소금이 인체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것이 소금의 혁명이다. 우리 인간들이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불로초가 바로 소금인 셈이다. 소금은 소화작용, 염장작용, 해독작용, 살균작용 등을 한다. 밥과 물과 소금은 생명이다, 이 삼대 식품은 반드시 비율이 맞아야 모든 신진대사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다.'


이 선배는 일본에서 오래 근무하였으며 박학다식하다. 그는 일본은 세계 최장수국으로 한국보다 엄청 짜게 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Y 후배가 선배의 주장이 헷갈린다고 하면서 자신은 이시형 박사가 운영하는 홍천 '힐리언스 선 마을'에서 한 끼를 먹은 적이 있는데, 모두 무염 또는 저염식이라 세상에서 가장 맛이 없었다고 했다.

대부분 의사들은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일부 의사는 질병의 상당수가 염분 부족 때문이라며 충분한 아니 과다한 염분 섭취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다.


나는 시카고지점에서 근무할 당시, 미국 시골의 현지 음식을 먹어보면 상당히 짜다고 느꼈다. 수프(soup)는 한국의 국보다 훨씬 짜 거의 먹지 못한 경우도 있다. 또한 시카고 시내의 사무실에서 가끔씩 피자를 시켜서 먹어보면 한국의 피자와 달리 아주 짠맛이다. 그렇다고 현지 미국 직원들이 짜다고 얘기하거나 불만을 들어보지 못했다. 유럽에서도 먹어본 음식이 짜기는 미국과 마찬가지였다. 선배와 후배의 의견이 각각 다르기도 하지만 일부는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어, 나도 후배의 말처럼 헷갈렸다.


소금이란 염화나트륨을 주성분으로 짠맛이 나는 흰 결정체다. 라틴어의 sal에서 유래되어 salt(영어), salz(독어), sel(프랑스), sal(스페인, 포르투갈), sale(이탈리아)로 불린다.

금은 소금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무기질 중 하나이며 음식에 맛을 내는 조미료로서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다. 인류가 소금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6000년경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유목생활을 하던 원시시대에는 우유나 고기를 먹음으로써 그 속에 들어 있는 소금 성분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농경사회로 바뀌면서 식생활이 곡류나 채소를 위주로 하게 되어 따로 소금을 섭취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로마 시대에는 군인이나 관리의 봉급을 소금으로 주었다고 한다. 일을 하고 받는 대가를 영어로 salary라고 하는데, 이 말은 병사에게 주는 소금 돈이라는 라틴어 salarum에서 유래되었다.


서울대학교병원 건강 칼럼에 의하면 대체로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서 위암의 발생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한국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20g으로 서양인보다 두 배에 가깝기 때문에 위암 발생률이 서양에 비해 높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소금에 절인 생선을 먹는 음식문화를 가진 일본, 아이슬란드 등에서 위암의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짠 음식이 위 점막을 손상시켜 암이 자라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혈압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염분 과다 섭취 등의 생활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선배와 후배의 글을 읽어보고 느낀 것이 있다. 인간에게 소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킨 것은 의료기술의 발달과 적절한 영양 섭취 등 다양한 여러 원인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건강이 위기 상태에 직면하면 의사의 말에 의지하고 기대지만 평상시에는 본인의 생각과 일시적 경험에 집착해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소금 섭취에 대한 여러 의견과 지식을 찾아보고 중용이란 말이 생각났다. 중용은 동양 철학의 기본 개념으로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이 '중'이며 평상적이고 불변적인 것이 '용'이다. 중용사상이란 극단 혹은 충돌하는 모든 결정에서 중간의 도를 택하는 유교 교리이다. 신중한 실행이나 실천을 뜻하기도 하므로 이 사상은 중국 외에 인도와 서양에서는 그리스의 플라톤 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여 주로 전개되기도 하였다. 즉, 플라톤은 어디에서 그치는지를 알아 거기서 머무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최고의 지혜이며 따라서 크게 양적 측정이 아닌 모든 가치의 질적인 비교를 중용이라 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마땅한 정도를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것은 악덕이며 그 중간을 찾는 것을 참다운 덕으로 파악하였다. 또한 불교의 중도도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소금이 인간 건강에 절대 필요한 음식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중용에서 추구하는 사상처럼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도록 각자의 처지에 따라 소금을 잘 섭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육체적 활동이 심한 근로자와 사무실에서 책상에 앉아 근무하는 사무직 근로자에게는 소금의 필요한 량이 각각 다를 것이다.

소금이 해롭다고 무염의 식단을 주장하는 일부 의사의 주장도 반드시 옳다고  않는다. 의학 정보지에 따르면 염분 섭취가 부족할 경우, 신장에 해롭다고 한다.

내 침실에는 지인이 네팔에서 구입하여 선물한 '소금등'이 있다. 이 소금은 천일염이 아니고 암염이다. 이 소금등을 방에 놓아두면 먼지와 잡균을 없애주고 기관지에도 좋다고 다.

성경에는 빛과 소금이라는 말이 나온다. 예수께서 산상수훈을 내리실 때, 나온 비유 중의 하나로 너희는 '세상에 빛',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는 데서 따온 것이다. 이 비유의 의미는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처럼, 부패한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소금처럼 살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소금은 건강은 물론이고 인간에게 가르침을 주는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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