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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Apr 20. 2023

행복과 셰익스피어의 충고


오늘은 벼가 한창 익어간다는 입추(立秋)다. 입추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든다는 뜻인데, 올해는 아직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서 그 뜻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어느덧, 직장에서 은퇴한 지 8년의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30여 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하여 흐뭇하기도 했지만 직장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초로의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허롭기도 했다.


최근의 일상은 큰 변화가 없는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라 설레는 감정이 점점 사그라지고, 내일의 희망찬 꿈도 없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라는 명제를 놓고 그 대답을 찾는데 갈급하기도 한다.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칼라일이 쓴 '오늘'이란 시가 있다.


   < 오늘 >


오늘을 사랑하라

어제는 과거 속에 묻혀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는 날이라네


우리가 살고 있는 날은 바로 오늘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날은 오늘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날은 오늘뿐

 

오늘을 사랑하라

오늘의 정성을 쏟아라

오늘 만나는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라


오늘은 영원 속의 오늘

오늘처럼 중요한 날도 없다

오늘처럼 소중한 시간도 없다


오늘을 사랑하라

어제의 미련을 버려라

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우리의 삶은 오늘의 연속이다

 

오늘이 30번 모여 한 달이 되고

오늘이 365번 모여 일 년이 되고

오늘이 삼만 번 모여 일생이 된다


토마스 칼라일(1795~1881년)은 영국 비평가 겸 역사가다. 그는 인생을 오늘의 연속이라 했다. 오늘이 지난 '과거'는 중요하지 않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는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오늘이 가장 소중한 날이라고 한다.

   

4~5세기, 활약한 고대 인도의 시인 칼리다사는 '새벽에 바치는 인사'라는 시를 지었는데, "알차게 보낸 오늘은 어제를 행복한 꿈으로 만들고, 내일을 희망에 찬 환상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오늘은 잘 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일이란 오늘의 바로 다음날로 미래 훗날을 비유적으로도 쓰이는 말이다. 성경에서는 '내일'이란 하나님이 주장하시는 시간으로 '인간에게는 내일을 염려하지 말고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사랑할 의무만 있을 뿐이다.'라고 한다.

인간은 대체로 지나간 과거에 대해 후회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는 백세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과거에 잘 살았던 못 살았던 그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내일의 일은 내일이 되어야 알 수 있기에 미래는 준비해야 하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다.


우리보다 먼저 살다 간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년)가 남긴 인생 명언을 살펴본다.


1.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2.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는 것이다.


3.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마라. 장강의 앞물이 뒷물에게 밀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라. 그러면 존경받을 것이다


4.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마라. 늙은이의 기우와 잔소리는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5.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생각으로 끝내지 말고 몸을 움직여 구체적으로 체현(體現)하라.


6.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약간의 심리적 추구를 게을리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 삶의 내용이 풍성해질 것이다


7. 늙어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가엾어 보인다. 축적된 경험은 지혜의 보고다.


8.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마라. 그들에게 다 넘겨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9.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마라.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러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는 삶을 즐겨라. 우리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행복이란 마음에 차지 않거나 부족함이 없이 기쁘고 넉넉하고 푸근한 상태를 말한다. 성경에서는 의에 대한 보상이나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즐겁고 복된 상태를 말한다.

건강, 성공, 생명, 많은 자손, 풍성함 등은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지는 행복의 내용들이다. 신약에서는 하나님의 나라에 참여함으로써 오는 즐거움을 행복이라 가르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최대 목표는 행복이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태어나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다. 이는 확실한 자연의 법칙, 사계절과 같다. 가을에는 모든 식물이 열매를 맺듯이 인간도 나이가 들면 인생의 결실을 맺는다. 그래서 현자들은 퇴직 후 60~70대 나이가 최고 행복한 시기라고 한다.


행복은 셰익스피어의 인생 명언처럼 지혜를 갖고 노력할 때 얻어지는 결과이다. 성경말씀에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자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나는 오늘이란 시와 인생명언을 읽고 직장 정년과 인생 정년이 다르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직장 생활을 은퇴한 나이는 경험이 축적된 지혜로 풍성한 삶을 보내기에 적합한 나이라고 볼 수 있다. 김형석 철학 교수님도 인생을 지금껏 살아보니 60~70대가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는 말한 적이 있다.


오늘을 잘 살아야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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