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지랖도 넓다

by 홍만식


오늘은 고향 친구 장 사장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집 근처 주차장에서 11시 50분에 만나자고 하여,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하늘은 푸르고 코스모스는 바람에 하늘거리며,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드는 날씨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10분쯤 기다리니,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시계는 정확히 5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나는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에 차를 향해 거수경례를 한 다음, 즉시 주차 안내를 시작했다. 전경 시절에 배운 교통 수신호를 절도 있게 고, 정차할 위치에서는 주먹을 꽉 쥐고 웃으며 OK 사인을 근사하게 보냈다. 전경에서 복무할 당시, 교통 보조 근무를 서울 시내에서 여러 번 하였는데 지금처럼 세련되게 하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가 차에서 내리더니, 웬일인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반대쪽으로 돌아 빠르게 걸어갔다.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

아뿔싸! 차에서 내린 사람은 내 친구가 아니라 난생처음 본 얼굴이었다. 그 순간 친구의 외모가 갑자기 달라졌나 하는 의심도 들었다. 시계를 보니, 큰 바늘은 정확하게 50분을 가리키고, 작은 바늘이 10시를 가리켰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하여 급히 인근에 있는 '늘벗근린공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얼마쯤 시간을 보내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남이 주차하는데, 참 오지랖도 넓었구나 하는 생각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시간 지나자 검은색 그랜저 차량이 서서히 나타났다. 나는 거수경례는 물론, 주차 안내도 하지 않았다. 한 시간 전, 유별난 내 오지랖으로 기(氣)가 완전히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차에서 내린 사람은 확실히 내 친구다. 장 사장은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며 "별일 없지?"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시간 전에 있었던 사건(?)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친구는 "그 사람이 공포에 질려서 재빨리 도망간 것이 틀림없네!"라고 상황 판단을 정확하게 했다. 이어서 "미친 사람을 보고 얼마나 무서웠을까?"라고 말했다.


아, 그렇다. 나는 가끔 착각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왔다. 때로는 선입견과 아집으로 현명하지 않은 처신을 수없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인생에서 넓은 오지랖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주차장 옆 은행나무에서 놀고 있던 까치 몇 마리가 내 모습을 지켜보았는지 키득키득 웃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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