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된다.
첫 글을 작성하고 그래, 뭘 더 망설여! 떨어지면 다시 하면 되지.
작가의 서랍에 묵혀두는 것보다 나아! 하고 작가신청을 했더랬다.
무지막지 긴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다음주나 되어야 결과를 들을 줄 알았는데.
오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어머나...심신 연약한 창업자는 이 메일 하나에 울컥한다.
거절이 일상인 초보 사장에게 브런치팀이 응원해주려고 나 작가 시켜주신 걸까..?
2025년 1월 31일, 작가 데뷔! (두둥!)
첫 달 1월의 마지막 날, 큰 선물을 받았다.
회사원 시절로 빗대어 보면
이 또한 내부 승인 기준, KPI 등에 의해 이성적으로 내려진 결정이었을텐데
나는 홀로 승인 담당자와 (존재하는지 모르는) 일방향적 내적 친밀감을 갖는다.
(감사합니다. 매우 큰 응원이 되었어요!)
한번 던져보길 잘했다.
기회라고 여겨지는 순간에, 또는 앞이 턱턱 막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순간에
던져 봐야 안다.
내가 손에 쥔 것이 공이라면, 공을 던져봐야,
튕겨져 오는 공이 그리는 궤도를 보며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내 벽이 어디있는지,
돌아오지 않는 공을 보며
내 길이 어디있는지 안다.
무에서 유를 창조 하는 창업의 과정에서, 누구든 내가 어디있는지 찾을 수 있게 내던져 보는 것.
어쩌면 요즘 내가 하는 일, 세일즈의 전부다.
회사에서 일하던 가닥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쓴 제안서가, 내가 제안하는 내용이
때로는 조금 부끄럽고 어딘가 모르게 쑥쓰럽기도 하다.
막상 해내겠다 하고 못해내면 어떡하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도 내 업의 선이라는 게 있는데, 혹여나 그걸 낮춰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생각의 생각이 꼬꼬무...
그러다 보니 하루 이틀, 미루고 미루다 한달을 지나게 되어
결국 생각한 제안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시점을 겪고 나니
일단 던져 보자라는 마음을 갖는다.
그래서 1월 한달 동안 던져본 것을 정리해 보면,
1.입찰사업 2건
-> 입찰사업의 제안서는 규모에 따라 수십장의 제안서를 작성해야 한다.
공고문 상 내 경우는 법인 실적 기준 없음, 안될 걸 알지만, 낙찰자가 펑크가 나는 경우가 생기기도, 낙찰자가 하도급사를 찾기도 하니까! 내가 여기있다고 알려나 보자~ 하는 심산으로 도전
2.협업 제안
->모 오피스 가구사와 핀테크 회사와 협업 논의 (뭣도 없지만 일단 할 수 있다고 해야한다. 물론 무조건 해내야 함)
3.일단 광고로 사람 모집
-> 구체화 되지 않은 서비스지만 있다면 하실 분?을 알아야 하기에-
라운지 운영, 해외 이벤트 4건, 국내 이벤트 1건, 모집을 시작했다.
실제 결제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일단 내가 노릴 고객군은 여기 있구나~ 하고 알아 가는 중.
많이 던지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이것저것 하다보면 이도 저도 안되게 되니까.
일단은 크게 한 방향으로, 그리고 가지 쳐내는 방향으로!
브런치 글도 마찬가지다.
수 년간 글을 써봐야지 하면서 인스타 계정도 만들었다가, 블로그도 했다가, 브런치 서랍에 글도 차곡차곡 쌓았다가를 했다. (유튜브도 했음...)
아직 방향성이 없는 것 같은 이 브런치의 글도 점점 가닥을 잡아 가겠지.
방향성이 없어서 쓰다 마는 일은 말아야지.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패턴을 지속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1. 사업의 대가,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구조를 짜고' '미리 기획하고' 그 플랜대로 움직이며 명확한 기준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2. 이것 저것 시도하다가 이미지만 소모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점잖게 사업하고 싶어서, 신중하고 진지하고 멋진 모습으로 남고 싶어서
이것저것 물 밑에서만 시도했다.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그런데 드러나지 않으면, 무대에서만 받을 수 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없더라.
애초에 1번과 같은 기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working 하는 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현장경험이 많아야 한다. 많이 해봐야 아는 거다.
'그 때 알았더라면-' 이 역사를 관통하며 반복되는 이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움직이지 않으면, 현장에서 뛰지 않으면 모멘텀을 잃는다.
사전 경험을 통해 내 뇌에 새겨진 것이 없거나 약한 상태에서
고민으로 행동을 멈추게 되면, 내 생각은 이미 있는 뇌의 회로 안에서만 맴돈다.
새로운 자극이 그 생각에 도전해 오기 전까지는.
그래서 해봐야 한다.
나 같이 초보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또는 겉으론 멀쩡한데 속으론 갑자기 길을 잃은 것 같은 사람이라면
모멘텀을 되찾자, 삽질일지언정.
파다 보면 온천이 터질지 누가 알겠나-
온천 없이 흙 더미만 가득하다 해도 근력은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