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버린 관계 (1)

<하찮은 나의 일기> #11

by 이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만나왔던 많은 사람들 중 내 실수로 놓쳐버린 관계가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흘러도 계속 생각이 난다는 건 아마 그때 당시엔 알아차리지 못한 내 어리석었던 행동들이 이제와서 후회가 된다는게 아닐까 한다. 한참 지나고서야 내가 왜그랬을까 하며 이불 발차기 하는 것처럼... 쩝.

그래서 지금은 다신 그때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노라 섣불리 행동하고 말하지 않으리라 노력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태생적으로 나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넓지 못한 사람이라서..









1. 고3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이 무리 지어 놀던 친구들이 총 7명이었다. 홀수.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 홀수는 굉장히 예민한 숫자다. 버스 자리에 앉을 때, 화장실에 갈 때, 짝이 필요한 체육시간에, 급식실에 갈 때 그리고 급식실에서 밥 먹을 때. 다 같이 마주 앉아도 한 사람 앞자리는 무조건 빈자리가 된다. 7명이서 같이 밥을 먹지만 마치 저 구석 끄트머리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특히나 그 무리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 친구가 저 멀리 앉아 있기라도 하면 그날은 왜인지 밥맛이 없다. 3명이든 5명이든 홀수는 왠지 모르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숫자다.




7명의 무리 중에 유난히 성격이 튀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뭐라고 그렇게 문제가 될까 싶지만 고등학생 소녀들에겐 작은 것 하나하나가 무리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법이다.


홀수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애로사항은 그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다. 꼭 누군가 한 명씩은 제외된다는 것을. 그리고 성격이 유난히 튀었던 그 친구가 거의 그랬다. 아닌 척 우린 다 의도하고 있었고 나머지 6명은 서로 눈치 봐가면서 그 친구를 은근히 피했었다. 7명이서 뭉쳤지만 암묵적으로 한 명씩 짝지가 정해져 있는 분위기였다.




어느 날은 한 친구의 제안으로 그 친구에게 같이 못 놀겠다고 말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오갔다. 모두가 받아들였고 나 역시 딱히 반대하진 않았다. 그 친구는 누구에게든 말하는 게 굉장히 직설적이었고 다른 사람 머리를 툭툭 치는 좋지 않은 손버릇을 갖고있었다. 그리고 종종 우리들의 외모로 순위를 매기곤 했다. 그땐 그냥 장난이라 생각했고 아무도 그 친구에게 기분이 나쁘다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 친구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 이유보다, 7명이어서. 홀수여서 생기는 불편함을 덜고자 이때다 싶어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일 수도 있겠지. 6명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고 결국 그 친구는 소외되고 말았다.




갑자기 혼자가 되었다. 점심도 안 먹고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고 이어폰 꽂고 음악만 듣고 있는 날이 많아졌다. 체육시간만 되면 자주 양호실에 갔고 한마디도 안 하다 집에 가는 날이 반복됐다. 그런 그 친구 옆에서 우리는 평소랑 다를 것 없이 지냈다. 그러다 어느 날은 학교도 안 나왔다. 우리 6명이 한 사람씩 담임 선생님께 불려 갔다.




그렇게 몇 달 뒤, 이번엔 내가 친구들에게 슬쩍 제안했다. 다시 잘 지내는 게 어떻겠냐고. 몇몇 친구들은 썩 내키지 않아 했다. 싫어했던 건 아니지만 어차피 이제 졸업하면 못 볼 텐데 불편하게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그런가. 마음대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도 그 친구한테 못 할 짓일 수도 있겠지 싶었다. 근데 왠지 계속 눈에 밟혔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학교에서 내내 혼자 있게 만든 게 너무 신경 쓰였다. 그렇다고 그 몇 달 동안 나는 어떤 노력을 한 것도, 따로 챙겨준 적도 없다. 나도 결국 똑같았다. 초등학생 때 나도 무리에서 제외당해 본 적이 있어서, 그럼 더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지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이고 못돼 먹은 마음에 친구들이 하자는 대로,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나도 그 친구를 버렸다.



다시 잘 지내고 싶어서 그 친구에게 연락했다. 아니 다시 예전처럼은 못 지내더라도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 친구 집에 놀러 가 밥도 먹고 그렇게 친하게 잘 지냈었는데, 멀어지고서 처음 주고받은 이 짧은 연락이 갑자기 불편하고 참 어색했지만 그래도 용기 내 밖에서 따로 만나자 제안했고 그 친구도 받아들였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안하지만 못 볼 것 같다고, 아직 마음이 편하지 않다며 나중에 보자고 했다. 그때 느꼈던 마음을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아쉬움? 안타까움? 슬픔?.. 아니 미안했다. 그냥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그동안 정말 미안했다고 나중에 우리 꼭 보자고 답장했고 사과를 받아줬지만 그 뒤로 나는 그 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어디선가 잘 지내겠지. 고등학교 3학년의 기억이 그 친구에겐 어떻게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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