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나의 일기> #13
1.5룸 생활을 6년을 해서 그런지 가끔 내 마음까지도 1.5룸스러울 때가 있다. 10평도 채 안 되던 집 사이즈만큼이나 좁아진 내 마음은 세상을 보는 시선까지도 좁혀 놓은 듯하다. 이따금씩 내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땐 별에 별 일들에 다 짜증이 나곤 하는데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러운, 정말 별 것도 아닌 사소한 것들이 그날은 작정이라도 한 듯 내 신경을 박박 긁어대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사람 없는 인도를 걷고 있는데 넓은 길바닥 놔두고 바로 내 근처에서 누군가와 동선이 계속 겹치며 걸을 때, 대낮에 탄 여유로운 전철에서 그 많고 많은 자리 중에 하필 바로 내 옆에 앉을 때, 같은 물건을 똑같이 두 번 연속 손에서 놓쳤을 때 (예를 들면 립밤 뚜껑 같은 거) 그리고 평소엔 신경도 안 쓰던 쩝쩝 소리 등. 사람마다 성향마다 신경이 건드려지는 포인트는 다 다르겠지만 내 신경 포인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좁디좁다. 너무나도 비좁아서 여유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예민하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아니. 혹시나 참아주셨던 거라면 이 글을 빌어 감사 인사를 드림과 동시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꼭 고치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하다던가, 무던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으며 살았다. 방방 뛰며 오바스러운 반응을 한다거나 말문이 막힐 정도로 흥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왜인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대부분은 있는 듯 없는 듯 무던함과 차분함으로 무장한 사람으로 살아왔다. 저렇게 별 것도 아닌 일에 예민한 레이더를 갖고 있다는 건 나와 정말 정말 가까운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1.5룸보다 더한 반지하에서도 살아봤는데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넓은 척, 무던한 척 잘도 포장하고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겉은 무던했을지언정 속은 전쟁통이었나 보다. 나는 내가 1.5룸이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고작 한 평 짜리, 아니 반 평 짜리 밖에 안 되던 마음속에서 전쟁을 벌이려니 별 것도 아닌 일에 그만 신경이 삭 긁혀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앞을 못 보고 사는 게 더 평화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했었다. 마음이 성숙하지 못하니 같은 걸 봐도 나에게는 그저 독이었다. 많은 생각도, 그로인해 얻는 깨달음도 결국은 그만한 그릇이 되어야 담을 수 있었다.
마음의 그릇이 좁아지는 건 순식간인데 넓혀나가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아주 어릴 때부터나 그리 멀지 않은 때부터 우리는 살면서 계속해서 크고 작은 인생의 굴곡들을 겪게 되는데 그때 만들어진 어떠한 감정들이 내 안에 켜켜이 쌓이고 그 중 어떤 것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살아온 결과일 것이다. 몇년 전 읽었던 김이나 작가님의 <보통의 언어들>이라는 책에 실린 한 이야기에 나는 격하게 공감을 하고 말았다.
나약하고도 나약한 나는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금세 마음이 요동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토록 하찮은 일에 예민 레이더가 저항 없이 반응을 한다는 건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서 생겨난 짐들을 비우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아놓고 방치한 탓이다. 가시밭 같은 한 평 짜리 마음에서 벗어나려면 좁아져있는 이 마음을 넓혀야 한다. 정리의 시작은 먼저 쓸데없는 물건들을 과감히 버리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말처럼 내 속에 꽉꽉 들어차있는 이 짐들을 어서 버려야 한다. 벽을 부수고 바닥을 뚫고 천장을 뜯어서 조금씩 조금씩 평수를 늘려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현실에 주눅 들지 않게, 눈앞에 보이는 자잘한 상황들에 무너지지 않게 마음을 비우고 내 시선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