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나의 일기> #14
2026년 새해. 1월 겨울바람이 참 시렸다. 시린 바람 따라 내 마음도 어물쩍 얼어붙었는지 낯설다. 새해가. 이토록 새로운 해에 별 감흥 없던 적이 있었나. 항상 연말연시즈음엔 귀엽고 소소하게나마 작은 다짐 같은 걸 혼자 조용히 새겨보곤 했었는데 올해는 다른 의미로 조금 새롭다. 서른다섯. 너무 정직한 30대 중반에 들어서서 반항심이라도 생겼나 보다.
새해 그까이꺼 뭐 있어? (발작) 다짐 그까이꺼 꼭 해야 돼? 촌스럽게 호들갑 떨지 말자. 작년처럼 잔잔히. 나대로 살던 대로 잘 살면 되는 거야 쓰벌(?) 근데 정말로. 진짜 그런 마음을 더 깊이 새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느낀다. (????) 이런저런 일들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곳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잔잔히 잘 사는 것이 제일 어렵고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거기에 곁들여,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던 다짐은 어떻게 됐을까. (이 연재 브런치북의 첫 발행글을 참고하시오) 새해를 맞아 거창한 무언가가 없다면 지난날들의 나를 한번 찬찬히 되돌아보자. 그렇다. 나는 분명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그리고 맞다. 요즘도 여전히 나는 그 마음과 내적 싸움 중이다. 항상 져서 문제이지만.
선하게 생긴 사람들이 뒤가 구리다는데 나 본인 꽤나 선하게 생겼다. 딱히 자화자찬은 아니고 객관적인 사실이다. 눈이 동그랗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울었냐, 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고로 나는 눈이 맑은 사람이다. 하하하하ㅏ 각설하고. 사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심찮게 듣는 좋은 평판에 비해 내 속 마음은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랬다. 정말이다.
대개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나는 항상 내가 우위인 듯 생각하고 말한다. 다른 누군가들의 사는 방식과 생각과 말들이 내 마음에 안 들면 어쩔 것인가? 어? 어쩔 거야? 너 뭐 돼? 꼭 너 마음에 들어야 돼? 너가 보기에 옳아야 돼? 모두가 니 마음에 들어야 돼? 나대지 마.
아무튼. 나는 속마음이 참 별로인 사람인 것 같다. 정말 있는 그대로 세세하게 다 써버리면 어디 잡혀가서 빵살이 진득하게 할까 봐 못 쓰겠다. 사람은 자신만 보는 일기에도 거짓말을 쓴다는데 밝혀봤자 좋지 않은 것들은 최대한 숨겨보자 그냥. 가끔은 너무 솔직해도 예의가 아니니까. 그렇다고 또 너무 나 스스로에게 자책만 하지는 말아야지. 그렇다고 또 너무 만족만 하지는 말아야지. 몰아세워도 문제고 너무 나르시시즘에 빠져도 문제잖아.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살자. 아유 그래 2026년은 그렇게 보내는 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