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니 즐길 수밖에

이판사판, 감정싸움

by 민시

“다, 다, 다, 다, 쿵, 쿵, 쿵, 쿵”

아이들의 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묵직하게 뛰는 소리까지 매일 늦은 밤 이어졌다. 우리 집은 가만히 있는데 아래층 601호는 경고의 소음을 일으켰다. 그러나 우리는 그마저도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어디까지나 소통이 없는 행위는 하기 싫었으니까.

‘601호 당신들은 집에서 담배 냄새 올려 보내면서, 무슨 할 말이 있니? 우리도 가만히 있잖아. 올라올 거면 올라와 봐. 얼마든지 우리 아이 자는 모습 보여줄 수 있어.’


그러나 601호는 올라오지 않으면서 경고의 소음만 일으켰다. 여전한 801호 그들의 배려 없는 행동 역시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주말에 놀러 갔던 글램핑장도 밤 10시면 매너 타임을 지켜주던데 말이다.


한 번은 새벽에 잠에서 깨어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가득 채운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깔깔거리며 웃고 소리를 질러대는 게 망나니들이 따로 없었다.

“어제 오빠 자느라 못 들었지? 새벽 2시 반이었어. 개념이 진짜 없나 봐. 출근들은 안 하나? 분명 여자도 남자도 목소리가 둘 이상이야. 오전에도 내내 시끄러운데, 낮에 자나?”

“...”

머리만 대면 기절하는 사람이 소음을 들었을 리가. 답이 없음을 아는 남편은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었다. 내가 떠들어 봐야 무슨 소용일까?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감정적이지 않으려 했다. 이성적인 남편의 행동을 생각하며 마음의 그릇을 닦아냈다.


봄은 봄 같지 않았다. 여름 방학이 다가왔다. 하원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아이의 반응을 살폈다.

“아들~ 서프라이즈~~”

“우와 엄마 최고~!!!”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가정용 에어 바이킹을 대여했다. 동네 친구들을 불러놓고 놀았다는 엄마들의 사진들을 봤다. 우리 아이도 당연히 좋아하겠거니 싶었다.

“우와~! 신난다~!!” 에어 바이킹 하나만으로 놀이공원이 됐다.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이가 실컷 웃기를 바랐다.

“자 이제 출발~!”

“우와~ 신난다~ 한 번 더! 또! 우와~!”

밤낮 안 가리는 이웃도 있는데, 아이와 대낮에 실컷 웃고 노는 건 왜 안 될까 싶었다. 작정하고 목소리 높이니 아이도 한껏 들떴다.

“내일은 우리 등산로 산책도 하고, 거기서 주운 나뭇잎들로 미술 놀이도 하자?”

“좋아요! 엄마 최고!”


하지만 얼마 못 가 날은 점점 더 더워졌다. 더구나 밖으로 나가는 일은 전부 돈이다.

‘이 집에 이사 오고 돈은 줄줄이 새어 나가네..’


며칠 후, 아이와 함께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으아~!!!”

801호 그녀의 찢어지는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싫었다. 눈과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나 자신도 답답했다.

‘정말 듣기 싫은 목소리야.’

“또 꽥꽥거리네요?”

“뭐?”

아이는 천장을 향해 바라보다가 다시 순수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아줌마가 또 꽥꽥거린다고요.”

“풉, 신경 쓰지 말자. 나가자.”


얼마 전 친정엄마가 오셔서 화장실을 이용했다. 쏟아지는 801호 그녀의 목청에 참 극성이라며, 지랄 맞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와 눈이 마주친 친정엄마는 당황스러워하며 눈높이를 맞췄다. 오리처럼 꽥꽥거린다고. 아이는 그 표현이 재밌었는지 깔깔대며 웃었다.


그날 저녁, 남편과 상의 끝에 닌텐도 게임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엄마들 단톡방에서 방학인데 뭐 하냐고 이야기가 나왔어. 다들 닌텐도 손에 쥐어 줬대. 벌써 게임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

“그 정도 게임은 건전하지. 한 번 알아볼게.”


며칠 후, 남편이 중고 거래로 저렴하게 구매해 준 게임기를 설치했다. 본격적으로 아이와 함께 놀이를 즐겼다. 볼링도, 야구도, 축구도. 그러나 병설 유치원의 방학은 꽤 길었다. 집에서 종일 놀아주는 것도 한계였다. 책도 충분히 읽었다. 쿠키도 만두도 화채도 함께 만들며 아이가 흘려놓은 재료들을 수습하는 것 또한 일이었다. 체력은 떨어지고 TV는 보여주기 싫고, 보드게임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는 이기면 이기는 대로 신나 했다. 지면 지는 대로 져달라고 울어댔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야~!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울지 않아~! 울면 엄마 안 할래~!”

“져달라고요!!! 으아아아앙!!!”

똑같은 놀이를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면, 내가 져주는 건 한두 번뿐, 유치원 방학은 그렇게 지나가며 여름도 훌쩍 지나고 있었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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