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고 또 곪고
801호와 802호의 그녀들은 쏘아보는 것도 모자라 턱으로 가리키고 수군댔다. 계단을 이용했으면 나았을까. 엘리베이터 문은 나를 잡아먹는 입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팔짱을 낀 채로 그녀들은 어깨를 나란히 맞댔다. 나를 향해 똑같이 쏘아보는 게 느껴졌다. 속은 수치스럽지만 겉은 태연한 척 귀 뒤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녀들이 서 있는 방향으로, 광고 모니터를 향해 얼굴을 드러냈다. 보고 싶은 대로 보란 듯이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싶었다.
집으로 들어와 거실 통창 밖을 바라보았다. 벌거벗은 나무들로 볼품없는 산이, 마치 내 마음 같았다. 난생처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관계로부터 버거운 일상, 아이의 돌발행동, 엄마의 삶, 겪고 싶지 않은 층간 소음, 답이 없는 이웃들까지. 남편의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기에 받아들여야 했다.
악취가 가득한 마음으로 점점 썩고 있음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내심은 수시로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아이가 없는 오전엔 짜증과 화가 치밀었다. 그러고는 이내 다시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반복되었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예민함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이거 봐, 지금 밤 11시가 넘었어. 또 싸워.”
“그러게, 너무 잘 들리네.” 남편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배려 없는 소리는 쉽게 흥분하지 않는 사람의 인내심을 건드리는 것이 분명했다.
“벽이 아니라 그냥 문 하나 닫아 놓은 거 같지 않아? 미닫이? 너무 잘 들려. 오전에도 마찬가지야. 곱게 미쳐야지. 오전에도 악을 지른다니까? 우리만 배려하면 뭐 해?”
“사실 자기가 먼저 잠들 때마다 위층인지 아래층인지 여러 목소리가 겹쳐서 자주 들리는 데, 좀 달라.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
“거봐, 그러면서 신경 쓰지 말라고?”
“답이 없으니까..”
당연했다. 남편은 핸드폰만 바라볼 뿐이었다.
“위층,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나를 위아래로 쏘아본다?”
“응?? 에이, 그럴 리가.” 남편은 그 정도의 사고도 없는 이웃일 리 없다고 믿었다.
“팔짱 껴가며 위아래로 쏘아보는 게 몇 번째야. 심지어 802호 정훈이네까지 친해져서 그렇게 쳐다봐. 대체 어른들이 몇 명인데, 나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들이.”
“이웃이야, 이웃. 정상적인 사고라면 가능한 일이 아니거든. 하.. 신경 쓰지 말자.”
남편이 감정적으로 언성을 높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똑같았다면 나는 더 날카로워질지도 모르니까. 아파트 단지 내에 경찰차는 수시로 들어왔다. 주민들의 언성 높은 감정싸움을 여러 번 봤다.
아이만큼은 보고 듣는 일이 없기만을 바랐다. 어느새 불면증까지 생겼다. 귀마개를 하고 자야만 했다. 늦은 밤과 새벽엔 조용하길 바랄 뿐이었다. 억눌린 감정은 더욱 깊고 강하게 바닥을 긁어냈다.
밤 10시 45분
“탁! 또그르르르, 탁! 또그르르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남편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했다.
“애가 구슬이라도 굴리나?”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
다음날, 밤 11시
“야!!!”
“내가 그랬어?! 내가 그랬냐고!!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건데!!”
“아우~씨 미친년!!!”
또 다음 날 밤, 현관문 소리가 제일 끝에 있는 안방까지 크게 들리며 긴박한 상황 같았다.
“없어 없어 없어 없어 없어 없어~~~!!!”
“다시 찾아봐 얼른~!!”
“있다! 있어! 찾았다!!!”
“아우~씨 미친년!!!”
그녀는 경박하게 자지러지며 웃고, 그는 연속으로 욕을 쏟아냈다.
밤마다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그들만 사는 세상 같았다. 낮에는 뭐 하고 밤에 털어대는지, 외벽에 묵직한 매트를 털어내듯 소리까지 묵직했다. 늦은 밤과 새벽까지 이어지는 현관문 소리마저 무책임하게 들렸다.
어느 날엔 아이의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 정말 시간 개념이 없구나..” 남편의 한숨 소리마저 듣기 싫어졌다.
“11시가 넘었는데, 애가 지금 시간에 안 자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큰 애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보통 옹알이나 우는 소리만 들리고 가끔이나 큰애 목소리가 들려”
신생아 울음소리가 들린 지 몇 달 안 되었다. 걸을 때가 되었어도, 갑자기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하듯이 빠른 걸음이 가능할까? 지난번 화장실을 통해 들리던 말을 곧잘 하던 아이였을까? 하지만 큰아이 목소리는 매일 들리지 않는다. 남편을 쳐다보았으나 고개를 가로저으며 핸드폰만 바라봤다. 방법이 없다는 것은 남편도 나도 받아들여야 했다.
“오빠, 볼륨.”
남편은 TV 볼륨을 키우고, 나는 화장실 문을 닫았다. 쏟아지는 소리를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엉망진창인 마음만이 볼륨을 키웠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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