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무거워
2025년, 놀이터에 갔다가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 엄마를 자주 마주쳤다. 옆 동네 엄마들과의 사회생활도 버거운 마당에, 같은 아파트 엄마와의 마주침은 새롭다가도 경계 대상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5동에 살아요. 여기 쌍둥이 엄마고요.” 먼저 살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이웃 엄마, 고마웠다.
“아, 안녕하세요.”
“이것도 인연인데~ 다음에 애들 유치원 보내고 커피 한잔 괜찮아요?”
“네? 아, 그래요.”
이사 오고부터 주변 이웃들이 모두 탐탁지 않은 상황, 제대로 된 이웃일까 경계하다가도 나는 뭐 완벽한가. 결국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을 나는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진짜 인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먼저 말을 건네주니, 내 사회성을 또다시 시험하기로 했다. 한 번쯤 커피 한잔 하는 건 무리가 아니기도 했고. 우리는 조용히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새로운 누군가를 향해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휑하고 휑한 공터를 끼고 카페 거리는 여전히 단 한 군데만 오픈한 상황이었다. 통창으로 바라보는 카페 안은 빈 테이블뿐이었다. 약속 시간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빠르게 따라 들어갔다. 그녀가 돌아본 타이밍, 내가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니 해맑게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작은 체구에 목소리마저 여린 음색, 얼굴에 드러나는 세월은 마흔여섯이라는 나이가 적당히 어울렸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커피의 진한 향기가 사라졌다. 반쯤 남은 커피마저 차갑게 식은 순간, 내 마음도 차갑게 식었다.
‘여기.. 대체 왜 그래? 내가 많은 걸 기대한 거야?’
표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오영희, 영희 언니는 본인의 첫인상을 스스로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여린 목소리에 묻어나는 소녀 감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처음 마주한 나에게 자신은 초기 입주민이라며 웬만한 이웃들과 다 친하다고 전했다. 이웃들의 뒷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환경이 중요함을 온 신경으로, 감각으로 느끼며 자리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식어버린 커피처럼 혼탁해진 마음은 후, 깊은 한숨이 나왔다. 영희 언니가 선택한 언어 역시 내 마음에 쓰레기를 담은 듯 군데군데 얼룩졌다. 영희 언니의 잔뜩 쌓인 감정은 입으로, 표정으로 급하게 튀어나왔다. 관계로부터 눈치만 보는 나이만 많은 사람 같았다. 친한 이웃들에게 아무래도 존중을 받지 못하는 듯했다.
정작 당사자들 앞에서 할 말을 삼켜내는 영희 언니는 나와 비슷한 듯 닮은 구석이 있었다. 긍정적으로 바꿔주고 싶었다. 그러나 편향적인 사고관, 입 또한 가벼운 것을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당장이라도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 사실 두려움을 눈앞에서 목격한 듯 심각한 상태로 지켜보게 되었다. 마치 미래의 나를 거울로 보는 것처럼 침을 꼴깍 삼켜내야 했다. 공기마저 날카롭게 눈을 통해 들어왔다. 모래처럼 이물감은 편치 않았다. 온몸에 열이 흩날리듯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쌓인 게 많아 위험해 보였다. 그녀도, 나도.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아는 이웃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현재 쌓인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다 토해낼지도 모를 일이었다. 몸에 열을 올리려 손바닥으로 양팔을 계속 쓸어내렸다. 영희 언니의 언행들은 처음 본 내게도 느껴졌다. 마치, 나를 투영시키듯 거울 치료가 확실해진 느낌에 입을 닫았다.
영희 언니의 언행들은 처음 본 나에게도 느껴졌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치, 나를 투영시키듯 거울 치료가 확실해진 느낌에 입을 닫았다.
친분이 있다던 이웃 중에 우리 동 802호 정훈 엄마 이야기가 나왔다. 친하다는 사실은 거리 두기를 더욱 확실하게 할 명분이라 생각했다. 802호 부부는 동네 토박이로 아는 지인들도 많다고, 이 동네 실세라고 전했다. 모두가 그 부부에게 잘 보이려 한다고 했다. 순식간에 802호 그녀의 파란 눈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며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말을 아꼈다. 그 이후, 놀이터는 한동안 나가지 않았다. 어쩌다 밖에서 마주치면 인사만 나눌 뿐 따로 시간도 갖지 않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조용히 거리 두기를 선택했다.
불길한 기운, 어두운 환경, 이사를 잘못 왔다는 생각이 스치며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영희 언니와의 만남은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르게 자주 마주쳤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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