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장, 엎친 데 덮친 격

모두가 이웃

by 민시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단 걸 찾고, 또 찾았다. 껌을 씹고 또 씹어가며 단물을 삼켰다.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도 더 이상 내가 반갑지 않은 듯했다. 눈치가 보였다. 나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기에 발걸음은 집으로 향했다. 여전히도 방음은 엉망이었다. 801호 그녀의 목청은 여전히도 우렁찼다. 오늘은 또 어떤 주제로 목소리를 키우는지 궁금했다. 대체 누구랑 얘기하는 걸까, 아침마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아서 소리를 질러대는 걸까. 싸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목청이 좋은 건지 방음이 최악인지. 방을 옮겨도 그녀가 따라오며 말하듯 귀에 쏙쏙 꽂혔다. 따듯하게 들어오는 채광에 비해 냉랭한 기운의 눈빛이 천장만을 향했다.


오후가 되어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고집덕에 피로도와 스트레스는 빨리 쉬어야만 했다. 주차하고 집으로 향했다. 7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욕설 통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순간 두려움에 잠시 주춤했다. 잔뜩 긴장됐다. 나도 모르게 아이와 함께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 한 발짝 뒷걸음질 쳤다. 찰지게 열여덟을 외치며 우리 집 앞 복도를 빠르게 지나 내 옆을 지나갔다. 눈높이가 높은 걸 봐서 나보다 컸다. 703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맙소사. 여태 우리 집 앞에서 통화했던 거야?’


당황스럽게도, 복도에서 들려오던 욕설 통화의 주범은 703호였다. 또한 인근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703호의 여중생이 다시 나오는 건 아닌지 인터폰을 향해 복도를 수시로 점검했다.

‘그래, 어른이 욕설 통화는 좀 아니지. 중학생이었다니, 703호는 대체 세입자들이 관계가 다 어떻게 되는 거야?’


물 없이 밤고구마를 삼킨 것 같았다. 목구멍이 답답해도 여전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더구나 같은 층, 가까운 이웃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싶었다. 기분은 내가 상했는데 말이다. 그 많은 인원수를 감당하며 용기를 내기엔 나에게 도전이다. 그렇다고 퇴근이 늦는 남편을 기다렸다가 밤늦게 찾아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심지어 사춘기 딸아이를 건드렸다가 돌아올 역 폭풍은 감당할 수 없었다. 잡아떼면 답도 없다. 나 역시도 아이 엄마다. 지혜를 쫓다가 밤고구마만 먹고, 목이 막혀 마음도 막혀 기가 막혀.


애꿎은 아랫입술만 물어뜯었다. 점점 붉어지는 얼굴은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할 줄 모르는 열 살 어린아이가 되었다. 정작 내 아이는 의미도 모른 채 열여덟을 외쳐대기 시작했다.

“아들, 그 숫자는 들으면 오해할 수 있거든? 공부할 때만 말하자.”

“왜요? #@$#%#$%#$%$#%”


화장실만 가면 쏟아지는 801호 남자의 비속어 역시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칫솔에 치약을 짜다 옷에 튀었다며,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부서졌다며, 밥 먹다 반찬이 집히지 않는다며. 설명하고 설득해도 도통 통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몇 날 며칠 스트레스가 쌓일 만큼 쌓여 결국 폭발했다.

“나쁜 말이라고!!!! 하지 말라고!!!!”

“으앙!!!”

아이는 울고, 나도 절규하며 울부짖었다. 위층도 아래층도 앞집까지도, 모두 들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크게 질러댔다. 또래들 사이에서 배워오는 욕도 속상할 마당에, 내가 그어 놓은 선을 말없이 넘어온 것과 다름없었다.


환경의 중요함을, 이웃과의 소통이 중요함을 느끼며 이미 폭발한 열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찾아갈 용기도 없다는 게,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재 같았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아이의 돌발행동이 눈빛을 변하게 했다. 몸을 부풀려 천장을 뚫고 아파트를 부수는 상상을 했다. 변한 눈빛과 목소리, 날카로운 톤은 아이에게 정서적 학대나 다를 바 없었다. 그저 아이의 입단속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아이를 잡는 줄도 모르고 잡아야 할 사람들은 잡지 못했다. 눈빛이 사악해져 아이를 울려야만 정신이 돌아왔다. 뒤늦게 몰려온 후회라는 감정만이 나를 더욱 무능하게 만들었다.


며칠 후, 거실 창으로 보이는 산을 보며 멍 때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무기력해진 몸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어폰을 끼운 채로 몇 시간을 누워만 있거나, 멍하니 통창 밖의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TV라도 틀어놨으면 소리가 덜 들렸을까? 혹은, 내가 정말 예민했던 걸까? 나는 그저 나에게 필요한 자기 계발 영상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이웃들의 비속어와 욕설은 듣기 싫었을 뿐이고. 마음이 울고 있는 걸 외면했다.


“딩동!”

올 사람이 없는데.

“정기 소독 나왔습니다.”

“아, 들어오세요.”


잠시 후, 담당자가 가져온 서류를 내게 건넸다.

“물은 한 시간 후에 사용해 주세요~! 여기 3차에 사인해 주시고요.”

“3차예요?”

“맞아요~ 1차 2차 때는 집에 안 계셔서, 3차라도 소독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동안 노트북 들고나갔었으니, 담당자 건넨 서류에는 각 호수에 방문하여 사인을 받은 기록이 있었다.

‘801호, 이 아줌마 이름이 자연이었어? 그래, 평소 지내는 게 날것 그대로 자연이다, 자연.’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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