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또 스트레스

답답한 마음

by 민시

유치원은 아이만의 사회생활이 아니었다.

“오늘은 바로 집에 갈 거야~”

“네~ 엄마!”

그러나 대답은 하고 놀이터로 뛰어가는 아들, 엄마들은 인사하며 말을 걸어왔다. 쭈뼛거리다 도망치고 싶었다. 엄마들과는 인사 정도만 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거슬러 아이의 5살 때가 떠올랐다. 같은 하원 시간에 같은 집 방향이었던 아이 친구가 있었다. 아이보다도 눈치가 없는 엄마 덕에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아이는 놀고 싶은 게 당연하고 나는 한 번 아니면 아닌, 그녀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예민한 촉이 늘 말썽이었다.


하루는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간다고 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진료받고 나오니 어느새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당연한 듯 잡으려고 기다리는 하이에나와 마주한 것 같았다. 피곤하다고 하면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눈치 없이 따라나서는 통에, 손사래 치며 괜찮다는 거절은 늘 등 떠밀렸다. 목청부터 남달랐던 그녀였다. 집 앞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한숨을 내쉬던 그녀였다. 나는 결국 집으로 들였다.


그녀는 하원하고 나면 무조건 내 옆에 찰싹 붙는 게, 마치 가공된 크림 같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포화상태가 된 거부감은 체내에 사방으로 덕지덕지 붙었다. 혈관까지 막는 듯했다. 자신의 아이를 두고 화장실 간다고 사라졌다가 돌아오지 않는 그녀였다. 놀이터 앞 가까운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오는 당황스러움은 여러 번 반복되었다. 매일 마주쳐야 하는 상황에 얼굴은 붉히고 싶지 않았다. 진지하게 유치원을 옮길까 고민도 했다. 그러나 아이가 좋아하며 잘 다니는 유치원을 옮기는 건 미안한 일이었다. 결국 그것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절이 거절답지 못함이 늘 체한 듯 소화제를 찾았다. 착한 콤플렉스는 괴로움, 마음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끈질기게 붙어 꽉 막힌 상태, 홀로이고 싶은 마음을 나는 더욱 갈망했다.


지난 일은 경험이고 이사를 왔다. 굳이 유치원 엄마들과의 친분은 당연히, 아주 당연히 깊어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니, 최대한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게 느껴질 땐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혹은 한 걸음 방향을 틀어보기도 했다. 늘 티 나게 거절을 하지 못했다. 여전히도 제대로 된 거절을 못 하는 엄마이자 어른으로 살았다. 하원하고 남의 아이를 봐주는 일은 10분에서 20분, 30분이 세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사 오고 마주하는 엄마들은 무조건 술이었다. 차분히 커피 한잔 하면 될 것을, 마시지도 않는 술을 마시자며 띄우는 분위기는 거절, 또 거절했다. 얼떨결에 엄마들 사이에서 까탈스러운 막내가 되었다. 무언의 압박은 하루에도 여러 번, 엄마들의 입김은 내 심장을 더욱 옥죄는 것 같았다.

“아니, 술은 아예 안 해요?”

“술보다는 커피요. 커피 마실 때 불러주세요.”

“집에 뭐 있어? 뭐 하는데? 안 답답해? 엄마들이랑 한잔하면서 회포 풀면 좀 좋아?”

“안 답답해요. 반찬 만들고 집안일하고, 다 그렇죠 뭐.”

“누가 요즘 반찬을 만들어요? 어머니 세대도 아니고. 가만 보면 진짜 사서 고생해~ 여기 앞에 반찬 가게 많아요. 사가요~”

“좋아서 하는 거예요. 갈게요.”


돌아서면 깊은 한숨부터 나왔다. 뒤에서 수군수군, 마치 모두가 나를 향해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술 대신 커피가 좋을 뿐인데. 더욱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며칠이 지났다.

“민시야, 미친 연놈들 상대하려거든 네가 미쳐야 해!”

친한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층간 소음 이야기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무시가 답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대로 배려 없는 이웃을 이해만 하고 싶지 않았다. 관리실 연락은 상상 속에서나 실컷 신고했다. 사실, 흡연 신고 역시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숨만 나왔다. 95%가 찬성하며 금연 아파트를 만들지 않는 이상 답이 없다는 거였으니.


어느 날 하원을 하고 돌아온 오후였다. 현관 밖으로 열여덟이라는 욕설이 들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는 인터폰으로 밖의 상황을 살펴봤다. 퉁퉁하고 다부진 덩치를 자랑하는 여자였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던 그녀는 복도 창가에 서서 욕설을 쏟아부으며 통화하고 있었다.

‘아무리 복도가 공용이라 해도 그렇지. 남의 집 앞에서..’


아이는 대뜸 뭐냐고 묻고, 나의 예민한 감각은 욕설로 위축될 뿐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현관 밖으로 쩌렁쩌렁 울리는 욕설 통화가 사람 잡는다. 잘못한 게 없음에도 아이와 함께 숨죽이고 있어야 했을 정도로 공포였다. 나는 빠르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꾹 참고 그녀가 사라지기만을 바랐다.

‘이 아줌마는 또 누굴까?’


다음날, 아이부터 등원시킨 후 집으로 돌아와 핸드폰 공기계를 꺼내 들었다. 801호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샤우팅 하기 시작할 때였다. 90년대 댄스 음악을 빵빵하게 틀어 화장실로 가져다 놓았다. 문을 닫고 한 시간쯤, 그렇게 일주일쯤 흘렀다. 덤으로 층간 소음 매트도 깔았으니 더욱이 편하게 지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이 내가 혼자 있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미친] 짓이었다.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 소리만 들어도 이만하면 얼마나 잘 들리는지, 본인들도 조심할 거야.’

사실 801호 그녀가 시끄럽다고 다시 한번 내려와 따지기를 바랐다. 그래야 나도 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물론, 그것은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나의 헛짓에 불과했다. 나야말로 보복 소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회의감이 들며 일주일 만에 멈췄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을 들고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진짜 미쳤지..; 아니지, 그들도 미쳤는데 뭐.’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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