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태산, 본격적인 층간 소음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집

by 민시


“엄마~! 단우도 이제 유치원 갈래요~!”

아이의 입에서 유치원을 가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가까운 유치원은 정원이 모두 차 대기만 걸어야 했다. 옆 동네까지 유치원 검색이 필요했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귀에 대고 통화 연결음을 들었다. 몇 번이고 들었다, 내렸다. 통근버스를 타야 한다는 말에 아이는 싫다고 거부했다.


시간을 돌려 가정 어린이집에서의 트라우마를 떠올렸다. 근처만 산책하려 해도 울며 뒷걸음질 쳤다. 동네 떠나가라 울고불고 땅에 붙었다. 기어코 필사적으로 등원을 거부했다. 아이는 결국 3개월 만에 어린이집을 퇴소했다. 다행히도 아이는 어린이집 퇴소 후 병원 가는 횟수가 줄었다. 안도하며 아이를 품었다. 아이의 예민함이 고집이 되기 전에 상황을 바꾸려 했다. 수시로 내 안의 안테나를 곤두세웠다. 시간이 흐르고 다른 어린이집을 찾을 당시 코로나19가 찾아왔다. 결국 아이는 다시 내 품에서 자랐다. 여전히 육아는 나 혼자만의 몫이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무렵엔 유치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동안 등원 거부는 당연했다. 그럼에도 적응하며 잘 다녔다. 쫑알쫑알, 유치원으로 향하는 발걸음보다 말이 많았다. 눈에 보이는 건 다 참견했다. 그렇게 잘 다니던 1년을 뒤로하고 우리는 이사를 왔다. 나는 최대한 아이에게 맞춰 줄 생각으로, 아이가 용기를 낼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드디어 가겠다는 아이의 결심,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어머님~ 한자리 있으니까~ 아이는 6월 10일 자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내가 직접 차로 등 하원을 책임져야 했다. 등원 이후 오전 네 시간은 자유였다. 마음이 먼저 자유를 만끽했다.

6월 10일, 어느 날은 다리를 잡고, 어느 날은 멱살이 잡혔다. 힘을 주는 아이의 작은 손을 떼어내야 했다. 어찌나 힘이 세던지, 어른 몇 명이 붙어도 아이의 힘은 단단했다.

“어머님~ 아이가 원에서는 적응을 잘하거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담당 선생님은 안심하셔도 된다는 듯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는 유치원을 좋아하면서도 등원 거부는 버릇이 되었다. 단호하게 들어가라며 눈과 목소리에 힘을 주고 보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아이의 처절한 몸부림을 봐야 했다.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발길은 쉽게 돌아서지지 않았다.


며칠이 흘렀을까. 등원 거부로부터 자유로워짐은 또 다른 억지 미소가 지어졌다.

“안녕하세요~” 같은 반 아이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인사마저 부담됐다. 눈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끄덕이는 고개는 곧장 자석처럼 옆에 붙었다. 차 한잔하자며 대뜸 팔짱을 끼는 엄마에게 거절을 하지 못했다. 얼떨결에 따라간 한 번의 자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손을 떼어내려는 마음은 선뜻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거절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한숨이 꽤 깊었다. 혼자 있고 싶었다. 등원 시간을 앞당기거나 늦췄다.

오후가 되면 아이는 놀고 싶어 했다. 선생님과 하원 인사가 끝나면 놀이터로 뛰어갔다. 한숨은 매일 깊었다. 엄마들과 인사하며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근처에 앉았다. 엄마들의 움직임에 자동 반사라도 하듯이 떨어졌다, 멀어졌다. 육아하며 빼앗기는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했을 뿐이었다. 내가 감당할 엄마로서의 사회생활은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기도 했고.


“탁, 탁, 탁, 탁.”

하원하고 돌아온 오후, 내 감각은 유독 화장실에서 코와 귀에 집중했다. 칫솔에 치약 가두는 소리부터 환풍기 소리에 딸깍 불 켜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물소리, 코 푸는 소리, 밀고 닫는 장 소리까지. 그러다 저녁마다 들려오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

“아이씨 미친년아!!”

그리고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아~!! 왜 또 지랄인데~~~!!”


듣다 보니 801호 그녀의 목소리였다. 들리는 것조차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대로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늘 있던 일이었을까, 이제 시작인 걸까. 이사 오고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이제야 선명하게 들리는 층간 소음에 고개를 갸웃댈 뿐이었다.


다음 날,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노트북을 펼쳐 자기 계발에 필요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의 소리가 작게 느껴졌다. 801호 그녀의 신경질적인 날카로운 소리가 바늘처럼 작은 방 곳곳에 꽂혔다. 어느 날은 울고,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소리를 질러대고. 내가 모르는 무명 배우라도 되는 줄 알았다.

어느 날은 신생아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신생아가 있음에도 그녀의 샤우팅은 거침없었다. 그보다, 내가 본 801호 그녀는 임신 상태가 아니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신생아 소리는 위층인지 아래층인지, 같은 집인지 다른 집인지. 소리에 따라 천장을 향해 시선이 머물고, 작은 방은 더욱 좁게 느껴졌다. 공부는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감정 쓰레기통이 된 작은 방은 문을 닫고 나왔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습한 끈적임이 콜라보였다. 경악감은 탈출이 시급했다. 책과 노트북을 가지고 가까운 카페로 향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아이는 10분 20분, 한 시간 늦게 잠들기 시작했다. 남자의 욕과 비속어는 화장실 변기를 통해 내려보내듯 우리 집에 가득 찼다. 문을 닫았다. 아이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 현실에 머리를 움켜잡았다. 한숨만 내쉬었다. 욕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집, 두려움에 소통은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심지어 한두 달 살 게 아니니까, 당장 눈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솔직히 801호 그녀의 첫인상이 좋지 못해서인지,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의 태도와 표정이 눈에 선히 그려졌다. 하지만 이웃, 애써 침착하게 신경 쓰지 않으려 잊고 지내기로 했다. 그러나 미간에 주름마저 끈적이는 것 같았다. 매일 언성을 높이는 그들의 이기심, 억울한 주름만이 켜켜이 쌓였다.


현타, 어느 날은 내가 왜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가 곧장 노트북을 펼쳤다. 그러나 다시 들려오는 801호 그녀의 목소리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무언가 내려치는 그녀의 감정 섞인 행동들이 과하게 느껴졌다. 무엇이 그토록 조절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불편한 마음은 침으로 삼켜냈다. 곧장 이어폰을 꽂았다.


집값은 어느새 1억 가까이 떨어졌다. 열었던 문은 더 이상 보물 상자가 아니었다. 그날 저녁도 우리 집 화장실은 오물이 한가득 채워졌다. 나는 머리카락 한 올도 귀를 막지 않겠다는 듯 조용히 귀 뒤로 쓸어 넘겼다. 들리지 않았으면 싶다가도, 왠지 모르게 더 잘 들릴 것만 같은 느낌, 어느새 얼굴을 벽에 가까이 붙이고, 눈동자는 계산적으로 움직임을 느꼈다. 마치, 어디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눈동자가 자동으로 그려내는 것 같았다.


‘이상하네, 여자 목소리가 한 명이 아니야.’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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