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언니들, 그리고 이웃

굳이 안 겪어도 될 일

by 민시

마트를 갔다. 어느 아주머니가 우리 아이를 예뻐하며 말을 걸어왔다.

“어머~ 애가 몇 살이에요? 남자아이가 정말 예쁘게 생겼네요~”

뒤이어 아주머니 한 분이 더 다가오며 말을 덧붙였다. 나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두 사람은 꽤 오랜 친구 사이로 지내온 듯 친해 보였다. 그리고 그녀들은 나이보다 한참을 젊게 사는 것 같았다. 아담한 키에 뽀얀 피부, 단발머리에 통통한 몸통까지 닮은 그녀들, 선크림도 대충 바르거나 건너뛰던 나와는 달랐다. 화장한 얼굴은 환하게 상큼하고 눈동자 또한 반짝거렸다.

“여기 마트 자주 다니는 데, 못 보던 얼굴인데요~?”

“그러게, 나도 처음 보네~!"

그녀들은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순진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아무하고도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으니까. 그러나 사회에 도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몸부림을 보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내 사회성을 아무도 의심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아~ 어쩐지~ 못 보던 얼굴이야~ 여기 동네 맛집이나 카페는 다녀봤어요?”

“아직이요~ 천천히 적응 중이에요.”

“잘됐네~~ 어디 살아요? 다음에 우리랑 커피 한잔해요~~”

“저는 저기 위에 2단지에 살아요.”

“어? 거기 숙희 언니 사는데? 나 아는 언니 거기 살아요~ 어머! 너무 반갑다~!”

“아하~ 여기 아는 분 많으신가 봐요.”

“우린 여기 토박이니까~! 하여간 조만간 만나서 커피 한잔 하는 걸로 하고~! 번호 좀 줘봐요!”


2주 후, 전화 한 통이 왔다.

“민시씨~ 그때 봤던 이미숙이에요~! 마트에서 봤던! 잘 지냈어요~?”

“아~ 네 안녕하세요~”

“내가 거기 아는 언니 있다고 했죠? 내일 그 언니네 놀러 갈 겸 민시씨 얘기를 했더니 초대한다는데, 올 수 있어요? 그 언니는 3단지에 사는데~ 어쨌든 같은 동네 이웃이니까~ 서로 알고 지내면 좋잖아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니 무작정 경계도 의심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문자에 보내준 동호수를 기억하며 롤케이크 하나 사 들고 3단지로 향했다. 마트에서 봤던 그녀들과 3단지 그녀는 모두 50대쯤, 평범해 보였다. 그녀들은 상당히 친한 듯 보였다.

“어서 와요~ 반가워요!” 반갑게 맞이해 준 3단지 그녀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데,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3단지 그녀는 마치 80년대를 보는 것 같았다. 안경 때문일까, 머리 스타일 때문일까, 옷차림 때문일까? 어딘가 촌스러운 듯 그때 그 감성이 잔뜩 묻어난 스타일링을 고수하는 사람 같았다.

“아니 이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오는데 여기 이사 온 친구가 있다고 해서~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친해지면 좋잖아요~”

“네~ 감사해요~”


나이 많은 친구를 사귄다는 게 낯설긴 했다. 그러나 어리숙한 나보다야 어딘가 모르게 지혜롭고 현명한 어른들이지 않을까 싶었다. 3단지 그녀가 차려준 깔끔하고 정갈한 밥상이 마음에 들었다. 호쾌한 성격, 말솜씨도 유려한 덕에 우리 이모들과 함께하는 자리 같았다. 거부감도, 불편함도 전혀 없었다.

“오늘 너무 재밌어요~ 세대 차이도 못 느끼겠고 편안해요~!” 나는 금세 긴장이 풀리고, 입이 먼저 마음을 대신했다.

“그러면 언니라고 불러요~! 뭐 어때~ 우리도 민시씨 덕에 회춘하는 것 같은데?”

“그럴까요, 언니들?”

“어머~~ 듣기 좋다~~”

“언니들 성격이 너무 좋으세요~”

“어머~~~!”

그녀들의 웃음소리는 순수하고 또 순수한 소녀들 같았다. 더구나 그 자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게 내 인생 통틀어 놀랄 ‘노’ 자였다. 솔직히, 전혀 섞이지 못할 걸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듯 나이 차이가 나는 언니들과 친해질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래도 경계를 좀 해보고자 나는 툭, 말을 건넸다.

“언니들~ 저는 언니들과 이 시간이 너무 즐겁고 좋아요~ 저한테 보험을 팔겠다거나 다단계, 혹은 교회만 같이 다니자고 하지 않으신다면 더 좋을 것 같네요~?”

내가 말하는 순간 모두가 깔깔거리며 웃어 보였다.

“어우~ 난 화장품 공장으로 알바 다니며 용돈 벌고 있어~ 무교~!”

“난 전업주부~ 무늬만 천주~교~”

“난 영업이랑은 거리가 멀어~ 스무 살 아들도 있구먼. 기독교지만 걱정 말고~!”

이보다 더 명확한 답은 있을까? 긴장을 풀며 더욱 경계하지 않았다.

“언니들 다음엔 우리 집으로 오세요~~”


아이의 하원을 위해 집을 나섰다. 만남의 횟수 또한 자주 만나자는 말없이 연락도, 기간도 적당했다. 진짜 무언가에 홀렸던 걸까? 그렇게 약 6개월간 우리는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세대 차이를 뛰어넘는 친분을 유지했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물론, 시간이 흐르고 나중에야 알았다. 정체성이 뚜렷한 종교인들이라는 사실을. 작정하면 말릴 수 없다고,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속을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이 신선했다. 나는 더욱 사람을 경계하기로 했다.

‘이사 오고 이런 이웃, 이런 환경, 이런 경험은 또 새롭네?’


저녁이 되고 갑자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씻기려는 듯 욕조에 물을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아이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었다. 옹알이하는 아이와 제법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를 씻기는 듯했다. 비속어 남자의 목소리가 유독 신경을 건드렸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아이가 우는 소리도 자주 들려왔다.

‘801호 애가 둘이었어? 자기들도 똑같이 애 키우면서 울리는 고만, 우리더러 알아듣게끔 설명하고 설득하라고 한 거야?’


현관을 드나드는 소리 역시도 자주 들려온다.

‘문 고장 안 나나? 거참, 엄청나게 들락거리네.’


저녁 7시만 넘어가면 비속어와 샤우팅이 화장실을 통해 알람처럼 울렸다.

“또 시작이네.”

새벽까지 이어졌다. 비속어 남자는 목소리가 젊은데, 지난번 찾아온 801호 그녀의 목소리는 걸걸한 게 연상연하 커플인가 싶었다. 어느 날은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어느 날은 나이가 느껴지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아래층이 섞인 소리였을까, 왜 그렇게 잘 들렸을까. 내로남불, 우리 집만 시끄러운가. 그녀에게 제대로 말을 못 했던 순간은 후회가 되고 불쾌함은 여전했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층간 소음 #이웃갈등 #이사 #착한 콤플렉스 #현실밀착형 #생활밀착형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