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태산, 본격적인 층간 소음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집

by 민시

환경에 적응부터 시키려 했던 아이가 유치원을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가까운 유치원은 정원이 모두 차 대기만 걸어놓은 상태였다. 옆 동네까지 유치원에 전화를 돌렸다. 통근버스를 타야 한다는 말에 아이는 싫다고 거부했다.


시간을 돌려 가정 어린이집에서의 트라우마를 떠올렸다. 근처만 산책하려 해도 울며 뒷걸음질 쳤다. 동네 떠나가라 울고불고 기어코 필사적으로 등원을 거부했던 아이였다. 아이는 결국 3개월 만에 어린이집을 퇴소했다. 다른 어린이집을 찾을 당시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여전히 육아는 나 혼자만의 몫이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무렵엔 유치원을 보내며 한동안 등원 거부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적응하며 잘 다니던 1년을 뒤로하고 우리는 이사를 왔다. 나는 최대한 아이에게 맞춰 줄 생각으로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가겠다는 아이의 결심, 당장 전화를 걸었다.

“네~ 어머님~ 한자리 있으니까~ 아이는 6월 10일 자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내가 직접 차로 등 하원을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드디어 찾아온 나만의 자유시간이었다. 커피 한잔을 해도 여유 있게, 더 이상 불어 터진 라면은 먹을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 기대되고 설렜다.


6월 10일, 아이의 첫 등원을 시작으로 한동안 등원 거부가 당연하게도 찾아왔다. 아침부터 30분 이상 아이의 떨어지지 않으려 힘을 주는 작은 손을 떼어내야 했다. 어찌나 힘이 세던지.

“어머님~ 아이가 원에서는 적응을 잘하거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는 유치원을 좋아하면서도 등원 거부는 버릇이 되었다. 단호하게 들어가라며 보내는 것은 아이의 처절한 몸부림을 봐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몇 번이고 무너지며 스트레스만 쌓아가고 있었다.


며칠이 흘렀을까. 등원 거부로부터 자유로워짐은 또 다른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 홀로이고 싶은 마음은 금세 엄마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거절도 거절답게 못 했다. 흔들면 흔들렸다. 스스로가 어른이고 엄마인 게 믿을 수 없었다. 최대한 엄마들 눈에 띄지 않으려 했다. 아이는 놀고 싶어 했으니, 늘 근처에 있어야만 하는 나는 한숨을 삼키고 또 삼켰다. 육아하며 빼앗기는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했을 뿐이다. 내가 감당할 엄마로서의 사회생활은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았고.


“탁, 탁, 탁, 탁.”

내 감각은 유독 화장실에서 코와 귀에 집중했다. 환풍기 소리에 딸깍 불 켜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물소리, 코 푸는 소리, 밀고 닫는 장 소리까지. 그러다 들려오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

“아이씨 미친년!!”

그리고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왜 또 지랄인데~~~!!”

처음엔 어느 집인지 몰랐다. 너무 크게 들렸다. 듣다 보니 801호 그녀의 목소리였다. 들리는 것조차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대로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늘 있던 일이었을까, 이게 시작인 걸까. 이사 오고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이제야 선명하게 들리는 층간 소음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노트북을 펼쳐 자기 계발에 필요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의 소리를 키워도 작게 느껴졌다. 801호 그녀의 신경질적인 날카로운 소리만이 방 안에 가득 채워지고야 말았다. 어느 날은 울고,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소리를 질러대고. 내가 모르는 무명 배우라도 되는 줄 알았다.


심지어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한 신생아 울음소리, 신생아가 있음에도 그녀의 샤우팅은 거침없었다. 그보다, 내가 본 801호 그녀는 임신 상태가 아니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신생아 소리는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위층인지 아래층인지, 같은 집인지 다른 집인지 구분할 수가 없는 미스터리. 그러나 날로 심해지는 험악한 분위기가 방 안을 채우고 또 채웠다. 공부는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이 낳고 힘들긴 하지. 그런데 신생아잖아. 애 엄마가 우울증이 벌써 왔다고? 심한데?’

나는 출산과 육아 과정을 떠올리며 최대한 이해하려 했다. 또한, 나도 독박 육아의 힘든 과정을 겪었다. 아슬아슬 위태로웠어도 저렇게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조절이 안 되는 감정은 넘겼구나 싶어 스스로 다행이다 싶었다.


몇 날 며칠이 흘러도 여전했다. 오전이면 어김없이 들려왔다. 집은 점점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분노 조절을 못 하는 듯한 그녀의 위태로운 샤우팅,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습한 끈적임이 콜라보였다. 경악감은 탈출이 시급했다. 그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내가 받을 이유가 없었다. 책과 노트북을 가지고 가까운 카페로 향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저녁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무슨 부부 싸움이 그리 살벌한지, 신생아까지 있는데. 같은 집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아이는 10분 20분, 한 시간 늦게 잠들기 시작했다. 남자의 욕과 비속어는 화장실 변기를 통해 내려보내듯 우리 집에 가득 찼다.


어른도 듣기 싫은 목소리, 나는 아이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 현실에 머리를 움켜잡았다. 한숨만 내쉬었다. 욕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집, 두려움에 소통은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심지어 한두 달 살 게 아니니까.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 집에서도 나올 소음을 생각했다. 감정적인 이웃의 기분을 최대한 건드리면 안 됐다. 그리고, 퇴근이 늦는 남편도 층간 소음에 답은 없다고 했다.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신경 쓰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래, 내가 예민한 걸 거야.’

솔직히 801호 그녀의 첫인상이 좋지 못해서인지,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졌다. 하지만 이웃, 애써 침착하게 신경 쓰지 않으려 잊고 지내기로 했다.


가뜩이나 습하고 더운데, 반복되는 일상은 미간에 주름마저 끈적이는 것 같았다. 본인들의 목소리는 조심하지 않는 이기심, 그래서인지 우리만 조심하며 이웃에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에 억울한 주름만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다.


내가 왜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가 곧장 노트북을 펼쳤다. 그러나 다시 들려오는 801호 그녀의 목소리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무언가 내려치는 그녀의 감정 섞인 행동들이 과하게 느껴졌다. 무엇이 그토록 조절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올라가 거울 치료하듯 쏘아보며 똑같이 따져볼까? 상상만 자유로웠다. 그녀의 첫인상을 떨치기란 이미 각인이 되었다. 소통은커녕 제대로 된 대화는 할 수 있을까. 용기도 없으니 결국 불편한 마음을 모아 침으로 삼켜냈다. 이어폰을 꽂았다.


집값은 어느새 1억 가까이 떨어졌다. 열었던 문은 더 이상 보물 상자가 아니었다. 그날 저녁도 우리 집 화장실은 오물이 한가득 채워졌다. 나는 머리카락 한 올도 귀를 막지 않겠다는 듯 조용히 귀 뒤로 쓸어 넘겼다. 들리지 않았으면 싶다가도, 왠지 모르게 더 잘 들릴 것만 같은 느낌, 양가감정은 어느새 얼굴을 벽에 가까이 붙이고, 눈동자는 계산적으로 움직임을 느꼈다. 마치, 어디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눈동자가 자동으로 그려내는 것 같았다.

‘이상하네, 여자 목소리가 한 명이 아니야.’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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