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몇 명인데..
이번엔 801호 부부와 802호 부부가 함께 내려왔다. 그녀들의 무작정 쏘아보는 시선도 적응이 안 되는 판에, 그들의 상체는 왜 한껏 부풀릴까? 801호의 남자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매일 밤 들려오는 비속어의 주인공이라 생각하기엔 이질감이 들었다. 말 수는 없어 보여도 얼굴에 드러나는 주름만큼이나 불만이 깊어 보였다. 802호의 남자는 몸집이 크다 보니 굵은 목덜미에 새겨진 뱀은 실제로 남자의 몸을 둘러맨 것 같았다. 그녀들에서 그들까지, 쏘아보는 눈들은 좁은 공간에 눈만 둥둥 떠다니듯 유치하고 또 유치하기만 했다.
달갑지 않은 관계지만 이웃이다. 가벼운 묵례만 했다.
‘어른이 몇 명인데 여자 한 명을 두고, 말이라도 걸어 보던가. 못났다.'
대체 무슨 악연일까, 혼란스러움은 수시로 찾아왔다. 이유 모를 모멸감은 나를 더욱 옥죄었다. 보이지 않는 악마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 그보다, 당장이라도 괴성을 질러가며 고개 돌려 그들을 향해 똑같이 쏘아보고 싶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악마들과 싸우는 무늬만 천사인 악마다. 내가 옹졸하고 치졸한 걸까?
소리도 소문도, 속으로 삭이며 감당해야만 했다. 그러나 더 이상 나의 무능함이 아닌 그들의 행동에 의한 원망으로 번져가는 오기였다. 나에겐 최악이자 퇴행의 길을 밟는 것만 같았다.
‘그래, 어차피 우리 애는 8시면 자잖아. 그 이후에 조용하잖아. 남자아이 키우면서 대낮에 시끄러운 게 그렇게 욕먹을 일이야? 어차피 욕할 거면 그래, 해라. 나도 내 새끼랑 신나게 놀 거야!’
아이가 고집을 피우며 수시로 우는 것도 내 탓이다. 신랑의 중저음 목소리가 울리는 것도 내 탓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애쓸 필요도 이유도 내겐 없었다. 나는 진짜 신이라도 들린 듯 아이와 함께 깔깔거리며 놀았다. 대낮인데 뭐 어때서.
801호, 이번엔 그가 내 뒤통수에 대고 소심하게 한마디 했다.
“미친년”
생각보다 소심하게 뱉어내는 욕은 들릴 듯 말 듯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처음 들어본 욕은 누군들 달가울까. 참았다. 애써 못 들은 척 내 갈 길을 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날 오후, 엘리베이터에서 802호 정훈이를 만났다. 이모라 부르며 싹싹하게 웃어 보였던 정훈이었다. 그러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며 나를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 세상에, 정훈 엄마 작품일까, 801호 그녀의 작품일까. 이웃 간에 대화도 없는데 무슨 소통, 아이에게까지 감정을 옮기는 그들이 재밌기까지 했다.
마주할 때마다 무례한 그들의 행동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나를 감정이 없는 사이코나 소시오패스쯤으로 봤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나를 그렇게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다음 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에 8층에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쨌든! 난 그 집은 절대 안 가!”
“조용히 해.”
801호 그와 그녀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내 고막을 찔러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마찬가지, 그들도 나와 마주치기 싫은 눈치였다. 이사라도 간다는 걸까? 혹은 그가 지방 발령이라도 받았을까? 그녀의 한껏 날카로워진 눈매는 하필 또 나를 향했다.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도도한 척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돌려 지하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녀는 쏘아보고 그는 헛기침을 했다. 평소와 두렵지도 무섭지 않았다.
‘나는 당신들 앞에서 인상도 찌푸리지 않을 거야.’
그다음 날, 801호 그녀가 나를 향해 쏘아보는 모습을 9층 이웃 아주머니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마저 801호 그녀의 눈치를 힐끔 보는 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 유독 9층 아주머니도 자주 마주쳤다. 어느 날 나와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아주머니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7층도 많이 시끄럽죠? ”
“네? 아..”
“보니까 애는 잘 키우고 있어요. 하여간, 지들은 멀쩡한 줄 알아.”
“...”
나는 대낮에 벌어지는 시끄러움의 주범인지라 양심이 쿡쿡 찔러댔다. 물론, 설마 9층까지 들렸을까? 소심한 나로서는 머리카락 한가닥이 삐죽, 양볼은 따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주머니의 탐탁지 않은 표정과 눈빛은, 분명 8층을 향하는 듯한 날카로움이었다. 아주머니는 아이와 나를 보며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닫히는 문을 뒤로하고 편안한 숨이 쉬어졌다. 마치,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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