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배출구, 절실한 탈출구

감정을 어디에, 어떻게 표출해야 해?

by 민시

성격이 시원시원한 옆 동 엄마와 친구가 되었다. 그녀의 딸과 우리 아이는 동갑내기로 남동생도 있었다. 그날은 집으로 초대해 놀러 갔다.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시끄러워도 괜찮아요?”

“네~! 지금까지 민원 전화는 받은 적이 없어요. 그리고 대낮인데요? 평소 위아래가 다 시끄러워서 괜찮아요~ 아이 키우면서 이 정도도 이해 못 하면 자기들이 주택 살아야죠~!”

시원시원한 성격과 태도, 집을 바꾸고 싶었다. 아이들은 늘 있던 일인 양 식탁 의자에서 쿵 소리를 내며 수시로 뛰어내렸다. 장난감으로 바닥을 긁어가며 찍어 내리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서로 싸우며 울고 소리를 질렀다.

‘대낮에 우리 집 시끄러운 건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역지사지로 생각해야 분노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우리 집은 몇 달 안 살았어도 월세로 살던 사람이 남자 혼자였으니 무슨 소음이 있었겠나. 아니, 몇 달 안 살고 나간 게 층간 소음 때문은 아니겠지? 물론 갑자기 아이가 있는 가족이 이사 왔으니, 더구나 아이의 고집 섞인 울음까지 알람처럼 울려대니, 우리 집 역시 시끄러울 만도.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어른으로서 그들의 태도는 여전히 이해할 수도, 반가울 수도 없었다.


그날 저녁, 아이가 자면서 잠버릇으로 엄마의 몸을 오르고 내리고 구르고. 가로본능까지 시전 하며 요란하게 잤다. 창문에 쿵, 벽에 쿵. 몸집이 작을 때는 조용히 일어나 아이를 다시 눕히며 자세를 바꿔주는 게 가능했다. 이제는 제법 무거워 들 수도 없다. 친구들과 실컷 놀아서일까? 무슨 꿈을 꾸었을까? 창문에 한 번, 벽에 한 번, 쿵, 쿵. 이번엔 뜬금없이 아래층 601호가 똑같이 소음을 일으키며 보답했다. 당장 쫓아가 고의가 아니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상상만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깊은 한숨으로 날밤 새우듯 바짝 긴장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남편은 글쓰기 플랫폼을 알려주며 가끔 읽어 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나는 불순물들로 꽉 막힌 배관을 뚫듯이, 어떻게든 내 안의 응어리를 끌어내야 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쓰고는 싶은데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하루는 일기를 끄적이고, 하루는 아이와 함께하는 육아일기를 끄적이기도 했다. 그러다 한 번쯤 동네 이웃과의 일화는 스트레스였기에 고스란히 글에 담아냈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버 공간에서 난생처음 편협하단 소리도 들었다.

‘겪어보지 않았으면서 함부로 말하는 당신들은?’


얼굴 없는 그들은 사정없이 돌을 던져대고, 무책임하게 흩어져 사라졌다.

초연: “아디오스~ 나는 문학인, 너는 나약인. 괴로움에 춤을 추는 나약한 소녀여~ 떠나가려거든 남 탓하지 말고 조용히 떠나라~ 이것이 너의 한계다~!”

박하사탕: “넌 그냥 에너지 뱀파이어야.”

수프: “고자질하는 걸 받아주는 인간들은 뭐야?!”

이 짜장짬뽕탕수육 세트만도 못한 구성들. 잘 차려진 세트 맛보다 돌이라도 씹은 듯 눈에 보이기라도 한다면 당장이라도 얼굴에 뱉어낼 텐데. 굳이 내가 쓴 글 끝까지 읽어놓고 정성 들여 비웃는 걸 보니 이들의 시간은 어지간히 많았을 거다. 본인들의 편협함은 왜 드러내는지, 익명이라고 상처에 상처를 더 얹어줬다. 나의 한계를 왜 그들이 정하는지, 무슨 자격으로 떠날 시기를 언급하는지.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관대한 그들, 본인들의 비열함이 숨겨진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음은 코웃음이 나왔다. 고통은 동력이 맞았다.

‘내 한계는 내가 정하는 거야. 정신 차리자.’


며칠 후, 남편이 휴가를 썼다. 알레르기로 인해 기침과 재채기로 집 안을, 그리고 화장실을 남편의 목소리로 가득 뿜어 채워냈다. 버릇된 아이의 고집 섞인 울음이나 혹은 내 목소리만 들려도 바로 응징하던 801호 그녀였다. 어쩐 일인지 하루 종일 조용했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세탁실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는 분명 집에 있는데 말이다.

“웬일이야 801호? 애 목소리나 내 목소리엔 즉각 반응하면서, 오빠 목소리엔 조용하네?”

“신경 쓰지 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고개 돌리잖아.”

“허.”


당장 쌍꺼풀 수술이라도 시켜달라고 했다. 인상이라도 강해 보이도록. 남편은 피식, 나만 심각했다. 그러나 남편도 내가 스트레스받아하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또한 매일 밤 들려오는 소음에 남편 역시 쌓였던 것이 틀림없었다. 점잖은 사람이 유독 목소리가 커지며 오버했다. 왜 저러나 싶게 바라보는 순간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은근히 즐기며 남편이 더 크게 소리 내어 주길 바랐다. 아니, 나도 안심하고 속 시원히 목소리를 내어 주었다. 남편 목소리에 조용한 801호 그들에게, 자신의 비겁하고 지질한 모습을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느끼는 게 있을까 싶다만. 나야말로 비겁하고 지질한 행위를 만끽했다. 하루라도 내 집에서 속 시원히 목소리를 내어보는 게 얼마 만인가 싶었다.


남편은 8층 이웃과 엘리베이터에 탈 때면 일부러 웃으며 목소리를 높여 인사했다. 그럴 때면 8층 그녀들은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돌렸다. 애초에 인사 자체를 할 생각들이 없었다. 남편 역시 한참 전부터 8층 이웃을 꿰뚫어 본 듯 헛기침으로 경고했다. 내가 약자인 걸 그들이 안다고. 집에 있을 때면 굳이 화장실에서 유독 목소리를 키웠다. 아이와 함께 씻거나 웃거나 혼냈다. 나는 화장실 앞에서 숨을 죽이는데, 남편은 그 안에서 숨을 쉬는 격이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각자 방식일 뿐 서로의 지질함을 응원했다. 적어도 그들처럼 비열하게 지질한 것보다야 우아하게 지질함을 선택하고 우월감을 느끼는 것. 물론, 내 생각. 유감스럽게도, 우울감보다야 우월감이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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