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꼰대 아빠, 대딩 아들과 유럽행 배낭을 메다(11)

열한 번째, 10 일차(2025. 1.18)

by 메모한줄

10시 10분 베를린 구 박물관. 바티칸에서 보았던 고대 로마 에트루리아의 토끼와 문양이 약간의 다른 형태로 그리스. 튜르케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출토되는 것을 보면 고대 지중해와 흑해까지 폭넓게 아우리는 거대 문명이 있었던 건 아닐까?


신 박물관으로 이동하던 중 건물외관의 수많은 대리석 기둥을 보면서. 그동안 바티칸 베드로 성당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고대 건물에서 볼 수 있었던 석조 기둥.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우리나라의 목조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 떠오른다. 성 베드로 대성전이 1,626년에 완공되었고 부석사 무량수전은 신라 문무왕(661~681년)에 지어졌고 공민왕 때 불에 탔다가 우왕 2년(1,376년)에 복원했다고 한다. 복원 기준으로만 봐도 무려 300백 년이 더 된 건물이다.


서양의 건물과 우리의 건물의 아름다움의 우열을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절대 아니다. 다만 추함이 있어 아름다움이 빛나고 아름다움이 있어 추함이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아름다움과 추함이 대립적인 개념이 아나라 오히려 공존하는 개념이 아닐까 싶다. 서양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새삼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축물 또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여에 있는 모 쇼핑몰에서도 배흘림기둥을 볼 수 있다)

12시 베를린 구 미술관. 이집트 유적이 주로 전시되어 있는 신 박물관으로 가려했는데 그 미술관으로 잘못 찾아갔다. 그런데 오늘 예상밖에 득템을 했다. 인상파 모네의 작품전시가 있다. 마네와 르누와루의 풍경화 몇 점과 몽크의 초상화까지 감상. 와우.

아돌프 멘젤이란 화가의 작품을 만났다. 작품 중 “예술가의 발”이라는 작품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만들어낸 오랜 노력의 흔적이랄까. 하지만 슬퍼 보였다, 내 카톡의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막스리버만, 카알프리드릭 쉰켈(멀리 있는 빛), 칼 브레헨 등의 작가들 작품을 만났다.

레스토랑 막시밀리안스 베를린(Friedrichstraße 185-190, 10117 Berlin, 구글평점 4.8)

2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토요일이어서인지 30분 웨이팅…

슈바인스학세(Schweinshaxe)는 돼지다리를 구워서 만드는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요리이다. 독일어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돼지(Schwein)+무릎(Hạ̈chse Haxe).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독일 요리 중 하나이다. 정작 바이에른에서는 슈바인스학슨(Schweinshaxn)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독일의 일부 지방에서는 아이스바인(Eisbein)이라고 부른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슈텔체(Stelze)라고 부른다. 우리가 소갈비를 매일 먹지는 않듯이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닌 것 같지만 튀긴 것같이 바삭한 껍데기와 찐 듯 부드러운 살코기 압권이다.

4시에 베를린 국립 회화관을 방문. 회화관 앞 베를린성당의 위용이 인상적이다 (내일 방문 예정).

베를린에서는 유명 미술 작가를(내가 그래도 이름이라도 들어봤던) 만나가는 힘들 거라는 묘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보티첼리(비너스), 벨라스케스, 까라바죠, 페르미어, 렘브란트, 프란츠 할스, 라파엘로까지 볼 수 있었다. 동선구조가 복잡해서인가ㅜㅜ

루벤스가 있다고 하는데 난 못 봤다 ㅜㅜ. 그러나 보고 싶은 욕심은 전시장을 다시 역순으로 찾아가서 만났다(나에게 이런 용기와 열정이 있었던가?)


7시 베를린 필하모닉 홀. 아무리 배낭여행 중이라 하더라도 베를린에 온 이상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큰 아이의 열정…

이제 아빠라는 삶의 역할이 아닌 단지 좀 더 긴 시간의 삶을 살아본 선배라 할까…(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미 꼰대임을 인정하는 것 아닌지…)

더 이상 보호자가 아님을 느낀 건 조금 서운함도 있지만 이번 여행의 최대 선물이다.


지난번 빈에서는 입석으로 2시간 이상을 관람하였지만 이번엔 좌석을 예약해서 나름 정식(?)으로 감상. 자리도 중앙 좋은 자리이다. 5 각형이 베를린필의 상징이라고 한다, 건물의 외부 모형도 그렇지만 내부 좌석도 5 각형 입체적 좌석배치가 지난번 빈필하모닉 음악협회와는 다른 구조이다. 아마도 잔 좌석에서 퀄리티 높은음을 들을 수 있으려면 더 많은 기술적 배려가 고려되어야 했을 것이다. 카라얀이라는 위대한 거장이 설계에 직접 관여했다고 한다.


이번 공연은 상임지휘자 키릴페트렌코의 지휘로 총 3개의 음악이 연주된다.


1. Samuel Barber Adagio for Strings

2. 하나님의 진노(Der Zorn Gottes) Sofia Gubaidulina

3. 라흐마니노프 오페라 Francesca da Rimini.


사실 함께 여행 중인 큰 아이가 클래식 음악 마니아라서 난 “참가하는데 의미가 있는” 일정이랄까. 그것도 큰 의미가 있다 싶었는데..그런데 첫 곡이 올라버스톤 감독의 영화 “플래툰” 마지막 장면, 퇴각 시 헬기에 탑승하지 못한 엘리엇상사의 죽음과 마틴쉰의 독백(돌이켜보면 우린 적이 아닌 우리 자신과 싸웠습니다)이 이어지는 장면의 배경음악이었다.


두 번째는 현대음악에 속하는 난해한 음악이었지만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가 나름의 음색과 기교를 뽐내고 있으니 조화로운 화음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제목이 신들의 분노라고 하니 “교만한 이에 대해 신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싶다.


세 번 찌는 오페라. 내 나름의 정의는 음악에 맞춰 서사적 스토리를 노래로 표현하는 형태의 예술이다. 이런 형태는 우리나라의 판소리, 미국의 뮤지컬, 중국의 경극 등 세계적으로 다양한데 아마도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을 배경으로 한다는 차이점?(여행이 끝나고 공부하기로) 암튼, 러시아어 연주에 독일어 번역. 인터넷으로 대강의 줄거리만 찾아보고 감상할 수밖에.. 오케스트라 연주의 현장감. 가수들의 노래를 통한 감정의 표현(베를린필하모닉홀은 정식 오페라극장이 아닌 관계로 연기 무대는 없이 성악가들의 노래만..) 그리고 관객들의 집중(빈과는 달리 공연 중 기침하는 관객이 많았지만)

미술작품이나 음악(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등 예술 작품들과 가까이한다는 것은 어쩌면 독서를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최근 중용. 도덕경.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읽고 있고 또 한두 번 읽었다 하여 모두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겠는가? (물론 나는 어떤 창작물에 대한 획일화된, 통일적, 정형적 이해와 공감은 있을 수 없고 보는 사람마다. 즐기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이 접하면서 나름의 감상(생각과 소통)을 통해 무언가 나를 포함한 주변의 나아짐을 희망한다는 점에서..(자주는 아니더라도 미술관. 박물관. 콘서트홀도 방문하면서 살고 싶다)


토요일 오후. 금요일과 베를린시내에 정말 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의 이동이 있음에도 시내 공원에 있는 마르트스와 엥겔스 동상 앞에는 방문객이 별로 없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꼰대 아빠, 대딩 아들과 유럽행 배낭을 메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