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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아빠, 대딩 아들과 유럽행 배낭을 메다(14)

열네 번째, 13 일차(2025. 1.21)

by 메모한줄

감기기운이 있다. 콧물과 재채기. ㅜㅜ

베를린과 파리의 날씨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 경험과 사전 준비의 부족이다. 상비약으로 가지고 온 타이레놀에 의존한다. 테라프루는 분명 포장을 했는데 와서 보니 빠져 있다. 간단한 짐을 챙기는 것부터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숙소에서 지하철을 타고 로댕미술관으로 이동한다. 파리의 지하철 내부 정경은 우리 서울과 비슷한 것 같다. 노인이나 어린아이에게 지하철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한두 번이 아니다.


”파리지앵은 이런 곳에서 살까?“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런 도심 속 거리를 걸어 어제 휴관으로 관람하지 못한 로댕미술관에 도착했다.

로댕은 전통적인 조각가 예술가의 학습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체와 인간을 테마의 중심으로 고전적 학습 방식을 스스로 추구한 혁신가였다고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대 다수의 길을 걷지 못하는 또는 걷지 않는 사람의 삶은 평탄하지 않을 텐데……


로댕의 조각작품들은 어쩌면 ”지옥의 문“이라는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한 작품들 속에 구현되어 있었다. 지옥의 문 속에 등장한 각각이 콘텐츠가 독자적인 조각품으로 구현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또한 입맞춤이라는 작품은 신곡중 연옥이 테마로 베를린에서 들은 라흐마니노프의 오페라와 주제가 같다. 예술은 통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테의 위대함에 대한 예술가들의 추앙인가?

조각가로만 알고 있던 로댕은 그림에도 능했던 것 같다. 스스로의 창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며 고흐, 모네, 르느와르 등 실제 인상파 작가의 작품도 소장되어 있었다. 조각작품을 준비하기 위한 스케치는 아마도 회화 작가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밑거름이 되었나 보다.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의 삽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다.

로댕 미술관에서 나는 시간이 흘러가는 줄 느끼지 못할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물론 오디오 가이드 내용에 집중했지만 진실을 추구한 한 위대한 예술가의 삶에 빠져들고 있었다.

특히 “아름다웠던 올미에르 노파“라는 작품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은 작가 로댕의 전기를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추함 속에도 진정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예술의 영역에서는 개성이 있는 것이 아름답다. 자연에서 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종종 아름답다고 묘사되는 것보다 더 많은 개성을 가지고 있다. 예쁘게 꾸미고 장식하는 것들 중에 오히려 추한 것들이 많다. 예술가에게는 자연 속 모든 것이 아름답다. “

그리고, 로댕이 소장하고 있는 “탕귀 영감”등 3점의 고흐의 그림은 나중에 오르세에서 본 자화상 등 다른 그림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로댕 미술관의 그림을 보면 잔잔한 호수가 떠오르는 반면 다른 그림들은 거친 계곡을 연상케 한다.

* 로댕미술관의 감동은 여행이후 로댕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을 작동하게 하였다. 그러던 중 독일의 시인 “릴케의 로댕”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에 로댕미술관과 관련하여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언젠가 누군가가, 로댕의 사물들은 아름다운 동물들처럼 보존되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는 정말로 로댕과 로댕 주위의 사물들의 관계를 옳게 확인했던 것입니다.” (릴케의 로댕, 안상원 역, 미술문화, p143)


2시 30분 베르사유궁전 관람 예약이다. 아쉬숨을 남기고 로댕미술관을 떠난다. 지하철로 1시간가량 이동해야 한다. 따로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 지하철역사 자판기에서 와플을 사서 점심을 갈음한다.

2시 30분부터 폐장시간까지 3시간을 돌아봤지만 본관 3개 관도 다 보지 못했다. 건물 주변의 정원까지 다 둘러보려면 아마 한 달 정도의 시간은 필요할 것 같다.

(여행의 에피소드를 정리해 보는 지금 베르사유궁전에 대한 History와 각 종 건축물, 소장물에 대해 인터넷 서핑을 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고 실제 서핑해 보지만 이 에피소드에는 올리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파리라는 도시 그리고 베르사유 궁전만 시간을 내어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점심도 거르고 중 행군을 한 후 기념품 샾에서 구매한 프랑스마카롱의 맛과 베르사유정원의 연못(? 호수라 해야 하나)과 산을 넘어가는 일몰의 아름다움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에펠탑에서 본 야경. 저녁 6시 30분. 파리는 5시가 넘으면 일몰이다. 엘리베이터로 중층부로 이동. 최상층부는 유지 보수 공사로 통제되었다••

에펠탑은 그야말로 시니 그쳐 그 자체이다. 늦은 시간까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에펠탑에서 바라본 노트르담성당과 몽마라트언덕의 사크레쾨르 대성당…

오늘 저녁은 원래 계획은 햄버거로 간단히 먹고 내일 프랑스 현지식을 먹기로 했는데 점심까지 거른 오늘 햄버거로는 부족할 듯하여 일정을 변경하였다,

Les Antiquaires (구글평점 4.4). 뵈프 부르기뇽, 오리스테이크. 모차렐라 치즈가 곁들인 토마토 샐러드. 와인까지…. 이번 여행의 가장 럭셔리(?)한 식사로…

(세프는 프랑스인이었고, 웨이터는 콜럼비아사람이었는데, 카운터의 마담이 사장인 듯한데 영어를 잘했다..)

내일은 루브르와 오르세 2군데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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