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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아빠, 대딩 아들과 유럽행 배낭을 메다(15)

십오 번째, 14 일차(2025. 1.22)

by 메모한줄

오늘은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 딱 2군데만. 아마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루브루와 오르세에 대한 소개와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에피소드 1 참조)


10시 루브르 광장 도착. 바티칸 이후 최장의 대기 라인…


처음에는 12세기부터 루브르 궁전이었으나 17세기 중엽 루이 14세 때 베르사유궁전으로 왕실이 이전하면서 왕실 컬렉션 장소로 쓰이면서 증축을 통해 지금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1793년 오픈했다고 한다. 오디오 가이드만 따라간다 해도 전체를 관람하려면 최소 3일은 걸릴 듯하다. 오전 4시간으로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저 군중에 쓸려 다녔다고 할까~~


모나리자. 비너스. 나폴레옹대관식(다비드) 등 거작을 보았고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이집트. 터키와 이란에 이르기까지의 중동 고대 문명과. 그리스. 로마. 에트루리아 등의 고대 문명. 그중에 스핑크스가 통째로 이동되어 있었고 또한 성채와 벽체가 통째로 뜯겨 이동되어 박물관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모나리자와 가나의 혼인 잔치.

모나리자가 걸려있는 방은 정말 북새통이었다. 전 세계의 관광객들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었다. 1500년 초기 제작된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임이 확실하다. 그런데 같은 방의 맞은편에 베네치아의 화가 “파올로 베로네제 “가 그린”가 나의 혼인 잔치“라는 큰 그림이 걸려 있다. 모나리자보다 불과 60년 후에 그려진 작품으로 요한복음에 나온 예수의 공적 생활 첫 번째 기적을 주제로 한 모나리자 보다 20배는 더 커 보이는 그림이다.

중세 가톨릭 지배의 암흑기를 벗어나려는 르네상스의 대표적 작품과 한 방에 배치한 박물관 측의 깊은 뜻은 무엇일까? 인간의 이야기와 신의 이야기. 관광객 중 수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인임에 틀림없겠지만 가나의 혼인 잔치 앞에는 그리 많은 사람이 모여있지 않다

3시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3시간 동안 로댕을 비롯한 조각들과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으로 눈이 호강했다. 원래 기차역으로 활용하던 공간이어서인지 오히려 관람 동선도 다른 미술관에 비해 편했다

전날 로댕미술관에서 본 많은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와는 다르게 주로 주형 기법을 활용한 로댕의 작품은 복제가 가능한 것일까?


인상적인 것은 0층(우리나라 개념으로는 1층)과 5층의 화려한 미술가들을 만나기 전에 어제 본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의 수직 단면도와 에펠탑이 세워지기 전 파리의 전경을 그린 커다란 그림. 오르세의 판단은 가르니에 궁과 파리 전경 그림은 그 자체로도 보관 전시의 의미가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전개되는 거장들의 명화들…

마네. 모네. 고호. 고갱. 르느와르. 세잔. 드가. 꾸베르. 밀레. 모리스 등등

일일이 감상 소감을 늘어놓는다는 것이 무의미할 것 같다.. 몇 가지만 생각해 본다.


1. 마네와 모네의 그림은 무언가 서로 다름이 느껴진다 “풀밭 위의 점심”에서 보듯 마네의 그림에는 대상들을 경계 짓는 선이 보이고 붓으로 드로잉 한 채색의 흔적이 보이지만 후반기 모네의 그림에는 주로 붓터치의 흔적들이 마치 모자이크를 보는 듯하게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렇지 않은 그림들도 있지만) 그래서 나는 상대적으로 마네는 부드럽고 느려 보이는 반면 모네는 강하고 역동적이다고 생각했다. (피에르 보나드는 그 중간 정도라 할까?)


그런데 큰 애는 반대라고 한다 오히려 모네는 양털 같은 터치감이 있어 부드럽게 느껴지고 마네는 대상들이 뚜렷이 보여 날카롭다고 한다. 도덕적 가치나 사회적 실천의 문제는 아니기에 무엇이 옳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으로~~

2. 고흐의 그림. 로댕미술관에서 본 “탕귀 영감”을 포함한 3점의 그림과 오르세에서 본 자화상 등 다른 그림들에서 난 먼가 다름을 느낀다. 로댕이 소장했던 그림을 보면 잔잔한 호수와 그 위에서 편안한 뱃놀이를 하는 느낌.. 오르세의 그림은 거친 계곡에서 리프팅을 하는 느낌이랄까 (이 역시 나만의 생각, 에피소드 14에서 언급한 내용은 오르세에서 고흐를 본 이후의 생각이었다)


3. 그림을 보고 있으니 왠지 고갱이 마네와 가깝다면 고흐는 모네와 가깝다고 느껴진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4. 프랑스인들은 로댕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듯하다. 별도의 미술관도 운영하고 오르세의 한 공간을 로댕에게 할애하고 있다.


5. 도올 선생님의 도덕경 강의에서 母性이야말로 천지만물의 生의 위대함의 시작이라는 노자 철학의 메시지를 꾸베르의 “세기의 기원”이라는 그림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실제 그림 앞에 선 나에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정작 그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적어서 놀랐다.


저녁 식사는 역시 현지식으로~~

현지식 에스카르고(달팽이). 문어. 타르소고기스테이크 바케트가 좀 딱딱했다.


내일은 오전에 기차를 타고 유럽 마지막 목적지 바르셀로나로 출발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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