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정말 오랜만에 89년 고등 졸업한 친구들의 만남의 장소를 찾아간다.. 지방출신 친구들의 서울 고딩 모임이다..
중간.. 2012년에 잠실에 근무할 때 모임에 참석했고. 이제 2025년이니 10년이 훌 넘었나 보다…
약속 장소는 강남역 근처다…
혹시나 늦을까.. 약속 장소를 네이버에 검색하고..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하여 강남역 근처를 배회하며 커피 샾을 찾는다.. 넘 빨리 도착해서..
주변 카페를 찾아보는데 마땅한 곳 이 없다… 만남의 장소가 중국집이니 근처는 다 술집이다…
서너 블록을 걸어 어느 찻집에 앉아 책을 보며 1시간을 보낸 후 … 모임 장소에 갔더니 이미 3명이 와 있다..
하나 둘.. 친구들이 모인다… 어떤 친구는 길거리에서 만나면 몰라 볼 것 같다… ㅎㅎ
술잔이 오가고.. 그 술잔 속에 각자의 삶들이 오간다.. 술잔이 오가는 횟수만큼 오고 가는 삶들이 많아지는데…
어느 순간 술잔도 오가지 않고 말도 오가지 않는다.. 다. 모두... 각자의 정연한(?) 논리만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40년 만에 만난 친구도 그렇고…10여 년 만에 만난 친구도 그렇고… 몇 달 전에 통화한 친구도 그렇다…
아마 그래서 친구인 것 같다..
다들 헤어지고 나는 다시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 타기 전 백팩에서 마스크를 꺼내 쓴다..
나름 50대 중반 그래도 예의인 것 같아서(마스크가 머 중요하겠는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하철을 타고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로 환승한다.. 마스크는 계속 착용해야지……
이제 버스에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다… 멀다면 먼 외진 길을 걸어야 한다..
시간은 밤 12시가 넘었고 가로등은 꺼져있고 50대 중반의 꼰대는 왠지 무섭다….
핸드폰 렌턴을 켜고 유튜브 노래를 켜고…
그래도 쫄아서(?) 담배 하나 꺼내 천천히 피면서 걸어간다. 뒤돌아 보지 않고,,,,
그러던 중.. 개울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큰 소리가 들린다.. 잔뜩 쫄아 태연한 척 잠깐 멈춰 피던 담배를 더 깊게 몰아 피고 태연한 척한다..
소리가 멈추고 나는 계속 걸어가는 걸음을 일부러 천천히 걷는다 …(뒤돌아 보면 안 되고.. 또 나의 템포가 변해서도 안된다)
개울을 건너며 심호흡 한 번 크게 한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되더라도 쫄지 않아야 하니…. 그런데~~~
“아빠……”
“아빠인 것 같아 큰 소리로 불렀는데 ….”
고 3 둘째.. 친구들과 별보고 집에 오는 길에 아빠인 것 같아서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아이도 놀랐다 한다….
우연한 만남이다..
집에 와서
“우리 아들들은 언제 아버지라 부를래?….“ 라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했다….
“난 아빠가 좋은데…”. 둘째의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