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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아빠, 진심 아들과 유럽행 배낭을 메다(2)

두 번째, 1일 차(2025. 1. 9)

by 메모한줄

새벽 6:30분 인천공항으로 출발. 공항까지는 여사님(난 와이프를 23년째 이리 부르고 있다) 데려다 주시기로, 1시간 30분이 더 소요된다.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영하 10도. 유럽 현지 날씨에 맞추어 겨울 복장도 최대한 가볍게(유럽은 한국보다 10도 이상 높은 듯), 그리고 기내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도록 아들과 나는 각각 1개의 배낭에 짐을 최소화하였다.


첫 목적지는 로마.

로마 다빈치 공항을 향한 티웨이 직항. 숙소 및 도시 간 이동에 필요한 기차 티켓, 그리고 주요 관광지 티켓은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하였다. 스마트폰에 카페와 파일을 만들어 바우처와 티켓들을 사전 업로드하였다. (여행 동안 계속되는 스마트폰의 위력!!!!)

스케쥴링할 때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던 큰 아이의 얼굴에도 약간은 걱정하는, 상기된 기색이 역력하다. 막상 출발하게 되니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50대 중반 아빠는 첨부터 지금까지 걱정됐단다. 그런데 남들도 다 하는 거 우리라고 못하겠니? 부딪쳐 보는 거지… ㅎㅎ)

당초 11시 출발 예정이었지만 30분이 지연되었다. 예상 비행시간은 14시간. 비행기 탑승 최장시간의 여정이다. 놀라운 사실은 로마로 가는 한국인들이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한국시간 12:30분.

14시간의 비행 중 첫 번째 기내식(비빔밥 또는 데리야끼 치킨). 우리는 각각 하나씩 오더하고 절반씩 나눠 먹는다. 제공되는 도시락과 생수 이외에 음료. 주스 등 모두 판매. 출국 심사 끝내고 공항에서 생수와 커피 빵을 사기를 참 잘했다 ㅋㅋ.

우리는 서쪽으로 시간을 역행하여 비행 중이다. 오전 1/9. 오전 11시 3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14시간을 날아 1/9일 오후 5시 로마 도착 예정이다. 5시간을 후퇴하는 샘인가? 유럽연합으로 통합되기 훨씬 이전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발생하는 도시, 지역 간의 시차의 차이를 해석하기 위한 탐구에서부터 상대성이론이 출발했다고 큰 애가 알려준다.(아이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공학도이다. ㅎㅎ). 로마에 도착 후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고 체크인하고 주변 간단히 저녁 먹고 그러면 취침은 현지 시각 23시 정도(한국 시간 익일 새벽 6시) 일 것이다. 다음날 기상은 현지 시각 10일 아침 7시(한국 시간 오후 2시). 시차 적응이라는 생소한 경험을 해야 한다. 최대한 비행 중에 잠을 자지 않고 버티는 것이 좋은 것일까? 잘 모르겠다


비행 6시간째. 비행이 계속될수록 좁은 좌석과 공간이 가져다주는 불편함 뿐 아니라, 앞으로 20여 일에 대한 미묘한 걱정과 두려움은 소심한(?) 나에게 잠이라는 선물을 멀리하게 한다. 낮 비행이지만 점심 식사 후 비행기는 취침(휴식) 모드로 전환되고 대부분의 승객들은 수면하는 듯하다. 내 좌석 앞 160여 명의 좌석 중 나를 포함 6개의 독서등이 켜져 있다.(큰 애도 잔다). 비행기 내에서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유럽 여행 소책자를 준비할 걸 그랬다. 작년 큰누나가 보내 준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류시화 옮김)“을 배낭에 넣어 왔다. 비행이 계속될수록 읽고 있는 책의 내용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단지 글자를 읽고 있는 내 자신이 느껴진다.


비행 8시간째. 한국 시간으로는 석식. 기내 현지 시각으로는(11:30) 브런치를 먹는다. 아직도 4시간을 더 가야 한다.


기네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의 만년설을 연실 아이폰 카메라에 담고 있는 큰 애. 장엄함 자연의 위용에 대한 감탄이자 9시간 이상 비행에서 오는 권태에 대한 저항이 아닐는지..

예상보다 30분 빨리 다빈치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테르미니역까지 가야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에 나온 순간. 한국어는 찾아볼 수 없고 한국말을 사용하는 사람도 다 흩어져 없어진다. 외국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대중교통 이용과 곳곳의 여행지를 입장할 수 있는 “로마패스”라는 티켓을 사전 예약했는데 수령을 해야 한다. 이메일에 있는 안내장에 적힌 수령처를 어찌어찌 찾아갔지만 “Closed”. 다른 곳으로 가라는 영어로 된 짧은 안내문만… ㅜㅜ. 물어 물어 찾아가는 순간부터 조금씩 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꼰대적 발상 이자만)窮하면 通한다 했다. 자~~ 이제부터는 생존 차원의 소통이 필요하다. ㅋㅋㅋ (손짓, 발짓, 파파고, 구글 번역기 등)


숙소 가는 방법 4가지. 공항버스, 셔틀버스, 지하철, 택시. 첫 번째 이동이다. 소매치기를 주의해야 한다는 간단한 명분으로 택시를 탔다. ㅎㅎㅎ

숙소로 이동하는 50분 동안 택시 안에서 바라본 로마의 야경은 영화 속에서 보는 그런 느낌이다. 건물들 자체가 예술품처럼 보였고, 오랜 역사의 도시가 가져다주는 시간의 무게감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숙소에 짐을 풀고 현지식 도전을 위해 미리 검색해 둔 핀세례 식당(Via Flavia, 98, 00187 Roma RM, 이탈리아, 구글별점 4.7)에서 베이컨과 어니언스파이스 피자로 현지식 저녁 식사를 했다. 여행 중 방문하는 도시에서 한 끼 이상은 현지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먹는 즐거움도 여행의 멋이니까….

식사 후 사전 구입한 로마패스로 지하철. 버스를 이용해 로마의 야경을 잠시 둘러보았다


트레비 분수는 그야말로 장관이란 표현 그 자체로도 부족하다. 도심 한 모퉁이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웅장한 규모(아마도 분수가 생기고 난 후 주변 도심이 조성된 것은 아닐지?). 아치를 중심으로 상하좌우의 조각상들, 해초와 나뭇가지, 물살까지의 그 디테일… 분수 바로 앞에 지금도 미사를 봉헌하는 Church of Saint Vincent and Anastasius 성당과 베네통 토털 샾이 있다는 점이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리한 레스토랑의 야외테이블. 지하철역 내 유료 화장실, 산타체칠리아국립아카데미를 지휘하는 정명훈의 공연 포스터, 스페인계단에서 포폴로 광장에 이르는 Via dei Condotti일대의 명품샾들이 인상적인 로마의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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