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구 번째, 나오며(낯섦을 익숙함으로)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듯이 2012년. 큰 애가 7살 때 시작하여 2024년까지 12년간을 한 달에 두세 번 보는 그런 아빠였는데 20여 일을 함께 보내며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은 곳을 가보지만 서로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식당과 메뉴선택, 목적지 방문 순서, 씻는 거, 수면 패턴의 차이(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아이는 정 반대)로 아침에 깨는 우는 거 등 등 사소한 것들에서 부딪히기도 하고, 자기 노트북 가방도 무거워 어깨가 아프다 하니 어쩌겠는가 내가 들어줘야지..
여행 중 모처럼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들린 한국 식당에서 제육메뉴에 무심코 주문한 소주 1병으로 30분 이상 훈계(?)를 받았다. 여기서 소주는 한국 가격의 5배라고… 굳이 술을 드실 거면 맥주 드시라고.. ㅎㅎㅎ
어릴 때부터 한쪽발이 평발이라 정형외과 치료를 받았는데 하루에 2만보씩 걸으니 오후가 되면 걸음걸이가 피로에 지쳐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기차역과 공항 대기실에서 쭈그려 쪽잠을 자는 모습, 여행 막바지에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지쳐 있는 모습, 두바이에서 인천 공항까지 8시간 비행 중 6시간 이상을 쓰러진 채 자는 모습. 그렇지만 한국에 도착하고 집에서 엄마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이 힘듦을 이겨내는 어른의 모습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반면. 아이라고 나에게 불편함이 없었을까.. 물어봐도 없었다며 웃고 만다.
이 번 여행이 아이와 나에게는 “共感”을 위한 과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 “共感을 위한 과정”은 먼저 우리 가족들과 ”共有”하고 나아가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도 “共有”하고 싶다. 어쩌면 그런 노력이 낯섦을 익숙함으로 만들어가는 변화가 아닐까?
여행후기를 작성해 볼 목적으로 메모를 한 것은 아니었다. 사진도 여행 후기를 목적으로 촬영했다면 보다 신중했을 것이다. 잊혀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잊기 위한 메모와 사진을 통해 다시 여행을 하루하루를 되돌아보니 또 한 번의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메모 중 “공통점”이란 제목 밑에 붙은 몇 개의 글을 옮겨 본다.
1. 어느 나라든 웃는 어린아이들은 모두 예쁘기만 하다. 그리고 웃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많다
2. 코카콜라의 맛은 어디서나 똑같다.
3. 햄버거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편하고 유용한 음식이다.
4. 청바지는 만국 공통의 패션이다
5. 살다 보면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다(가우디) + 지금이 그 순간이다(나).. ㅎㅎㅎ
“까라마죠프의 형제들‘은 하권을 이어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