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무례함에 대응하는 우아한 방식, 침묵
나는 여전히 남들보다 피부가 한 겹 얇은 채로 어른이 되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사회라는 더 넓은 정글로 걸어 나왔지만, 나의 예민한 안테나는 여전히 세상의 모든 주파수를 고통스럽게 감지하고 있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나간 모임 자리에서였다. 적당히 데워진 공기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날아들었다. 평소 '솔직함'을 무기로 타인을 쉽게 재단하곤 하던 지인이었다.
"너 요즘 얼굴이 왜 그래? 관리 좀 안 하나 봐. 예전엔 생기 있어 보이더니, 지금은 하는 일이 영 안 풀리나 보네."
그의 말은 걱정을 가장한 명백한 평가였고, 무례함이었다. 그 순간, 나의 시간은 정지했다. 1부에서 고백했던 그 '저전력 모드'가 원치 않는 순간에 강제로 발동된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 반박의 말들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나온 것은 어정쩡하게 구겨진 미소뿐이었다. 나의 성대는 얼어붙었고, 심장은 불쾌한 박동으로 요동쳤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알량한 배려심과, 정면으로 맞서면 더 큰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는 뿌리 깊은 두려움이 나를 순식간에 '착한 아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진짜 고통은 그 자리가 파한 뒤에 찾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나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왜 바보같이 웃고만 있었어? 그게 아니라고, 무례하다고 왜 말을 못 해!'
추운 겨울에 다시 집을 걸어가며 두 손이 하얗게 질리도록 나를 몰아세웠다. 뒤늦게 떠오르는 기가 막힌 대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그날 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억울함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타인의 무례함보다,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마는 나의 비겁함이 더 미치도록 싫었다. 나는 여전히 아버지 앞에서 얼어붙던 그 어린아이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만 같아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며칠 동안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다, 문득 낯선 생각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며 따져 물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아마 그 자리는 진흙탕 싸움이 되었을 것이고, 나는 승리감을 얻기보다 더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며칠을 더 앓아누웠을 것이다.
나는 감정의 저울을 꺼내 들었다. 한쪽에는 그 사람의 무례한 말 한마디를 올려놓고, 다른 한쪽에는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소모해야 할 나의 에너지와 평온한 일상을 올려놓았다. 저울은 가차 없이 기울었다. 그 사람은 내 인생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행인 1이 던진 오물 같은 말에, 내 소중한 감정의 텃밭을 내어줄 필요가 있을까?
그날 나는 나의 침묵을 재정의하기로 했다. 나의 침묵은 비겁한 회피나 패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소중한 에너지를 무례함을 정성스레 포장한 말들에 단 1g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가장 '우아한 거절'이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듯, 나는 누군가가 만든 진흙탕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나는 이제 무례한 말들이 날아올 때, 즉각 반응하는 대신 마음속으로 조용히 방패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첫 번째 백신을 놓아준다.
"저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일 뿐, 나의 진실이 아니다. 나는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지킨다."
물론 여전히 심장은 쿵쾅거리고 얼굴은 화끈거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침묵은 무력함이 아니라,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는 가장 단단하고 고요한 전략이라는 것을. 그 어떤 소음이 나에게 무례함을 던져도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