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편
호주에 도착한 이래로
이틀 정도 골드코스트에서
낭만을 즐기고 나니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보통 불안함을 많이 느끼는
성향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외국이고 돈도 충분치 않다 보니
몸을 빨리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패커에서
3일 정도 생활을 하고
가격대 저렴한 단기
한인 셰어하우스로 옮겼다.
2주 정도 있으면서
일자리를 구해보기로 했다.
호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보통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구하기, 직접 이력서를 들고 다니며
발품 팔기 , 인력사무소에 금액을 지불하고 구하기
이 세 가지 정도의
루트를 통해 구하곤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아닌 워홀러들의
일자리를 구하는 방식이다.
친구의 조언으로
일단 영문이력서를
뽑아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이력서를 돌려 보기로 했다.
되든 안되든 이 또한
피와 땀이 되는
경험이 될 것이니
말이다.
영문이력서는
써본 적이 없기에
친구 이력서를 받아서
조금씩 고치고 나서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2주 동안 100장가량의 이력서를
골코 시내에 있는 상점이란
상점은 다 들어가서 돌렸다.
hello, excuse me
I am looking for the job
could you please send
my resume to manager?
Thank you
이 말만 반복적으로 하면서
2주를 보냈다.
신기하게도 단 한 군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물론 한인 잡은
구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오 지잡만을 찾고 다녔다.
오지 잡이란?
한인 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현지인 밑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호주 사람을 여기선
오지라고 부른다.
가지고 온 돈은
떨어지다 못해 수중엔
200백 불 정도 남아있었다.
이러다간
굶어 죽거나
온 지 2주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만 하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죽기보다도 누구한테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계산기를 뚜드리기
시작했다.
오지 잡도 좋지만
재정 상황이 넉넉지는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타협을 보기로 했다.
한인 잡은 하되
최대한 한국인과 안 만나는
쪽으로 말이다.
그렇게 알아보다가
시골에서 볼링장 청소하는 잡인데
새벽에 혼자 일을 하는 것이고
원한다면 외국인 셰어도 구해줄 수
있다고 했다. 주급도 나쁘지 않았다.
호주에선 보통 페이를 주급으로 산정한다.
한국인을
많이 만날 일이 없으며
돈도 꽤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외국인 셰어 하면서 영어공부는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여
덜컥 전화를 해서 내일부터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동네가 어딘지도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내 상황이 지금 뭘 가릴 게
아니었으므로 바로 결정하게 되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표를 구매하고
돌아와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이 아름다운 골드코스트를
떠나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워홀이 끝날 때쯤 다시 돌아와
재밌게 놀기로 했다.
당분간은
골코에서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으니
나름의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라는
바다 앞에 있는 피시 앤 칩스 집에 들어가
맥주 한잔과 피시 앤 칩스를 시켰다.
요 며칠 시리얼이랑 빵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고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이런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특히나 맥주... 따스하게 햇살이 비치는
해변가를 바라보며 먹는 생맥주 한잔이란
와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 할 수 없다.
그렇게 한입을 뜨려고 하는 찰나에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내 벨소리는 거의 울릴 일이 없다.
내 친구가 아니라면
전화를 받았는데
내 이력서를 보았고
일자리를 구했냐는
전화였다.
이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이력서를 돌렸는데 전화 한 통
못 받아서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는 찰나에 온 전화였다.
정확한 대화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충은 이렇다.
Hi we see your resume.
We would like to have a interview.
Are you able to join interview??
그런데 나는 이미 잡을 구했고
떠날 준비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에
Sorry, I got a job. 을 외치고
전화를 끊었다.
1분 동안의 통화 내용이다.
잠시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이거 어떻게 하지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왔는데
면접은 한번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1분 정도 하다가
바로 다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잡을 구하긴 했는데
인터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를 볼 수 있다.라고
다시 이야기를 했더니
목요일에 인터뷰를 보러 오라고
승낙해 주었다.
원래 가기로 한 청소 잡에는
일이 생겨서 못 갈 것 같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메시지로만
남기고 그 번호를 차단해 버렸다.
사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했었어야 했지만
그때 당시 나는 꽤나 어렸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잡을 구했던 한인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나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있었다.
잠수를 타니 뭐하니 어쩌고저쩌고 하는
하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지금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사과 말씀을 드린다.
I'm sorry, I was so young at that time. I have no cofidence to explain about it.
God bleess you...
이 모든일이 오늘 하루에
벌어진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