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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ul 13. 2022

단순하게 살기

호주 편 

골드코스트에 있는 

어지간한 곳에는 이력서를

다 돌렸었기 때문에 

사실 전화 온 곳이 

어디인 지 도 몰랐었다. 


이름을 검색해보니 

세탁공장이었다. 


키가 큰 외국인 

아저씨랑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인터뷰는

수월하게 진행 되었으며 

특별하게 어려운 걸 

물어보지도 않았다.


행동이 빠르냐, 뜨거운 것을 

잘 집을 수 있냐 등의 단순한 

이야기 들이었다. 


우리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고 

검토해 보고 연락을 

준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터뷰를 마치게 되었다. 


난 그렇게 취업이 된 줄 알았다. 


면접이 끝나고 

나는 골코에 있는 

유일한 지인을

만나러 갔다. 


지금까지의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 친구가 

웬만하면 합격할 것이니 

일 할 수 있을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참으로 좋은 친구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났지만 


예상 했겠지만 

인터뷰를 본 곳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시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 정도면 안 된 거다 

다시 이력서를 돌려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일 아니라고 

말을 참 쉽게 한다. 


300불 밖에 없는 돈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에겐

다른 방법이란 없었다. 


청소 잡은 가지 않는 다고 했고 

인터뷰는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일단 마지막으로 이틀 정도만

이력서를 더 돌려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한식당에서 일을 하던지 

아니면 친구가 

건설 현장 일이 있는데 

소개해준다고 해서 


정 안되면 

그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이력서를 

돌리러 밖으로 나갔다. 


오전 내내 이력서를 

다시 또 돌리고  

케밥 하나를 사서 

꾸역꾸역 먹고 있었는데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친구인가 보았지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니 

만트라라는 리조트에 

레스토랑에서 kitchen hand를

뽑는 데 면접 보러 올 

생각이 있냐는 것이었다. 


정말 말그대로 

가뭄에 단비 같은 전화였다. 


나는 당장 내일도 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한숨을 돌렸는데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나의 이력서를 펍에서 

보았는데 자기는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인데 

일 할 생각이 있냐는 

문자였다. 


어안이 벙벙했다. 

하다 하다 안돼서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상황에서

다시 이력서를 돌린 것 이었는데  


그날 연락이 두 군데에서나 왔다. 


문자가 온 청소 잡에는 

다시 답변을 보냈으나 

따로 답변은 오지 않았고 


레스토랑에는 면접을 보고 

합격하게 되어 다음 주부터 

파트타임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사실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 었지만 


쉽게 갔었더라면, 

나는 평범한 보통의 워홀러들처럼

일 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한국에서의 삶에 

지쳐서 단순히 리프레시하는 경험이 

필요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는 방향성이랑

단순히 달랐던 것뿐이다.


확실하게 

보이는 방향성이 없이

믿음만을 가지고 

일은 진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살다가 보면 

보이는 일 보다 

보이지 않는 일들이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일 도 

결국에는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해결책이 

나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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