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3편
페루 3편
리마부터 같이 왔던 형님은 만날 사람이 있다고 다시 리마로 떠나고 어제 만난 동생이랑 나는 이카로 가기로 했다. 앞으로 일정이 거의 비슷해서 쿠스코까지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남미에서 동행을 구하는 방법은 여려 가지가 있지만 이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우연히 만나서 스타일이 맞으면 같이 다니고 아니면 헤어지는 머 이런 방식.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린 동생인데 뭔가 맞는 느낌이라 같이 다니면서 불편한 점 은 없었다 아니 덕을 많이 봤다. 이동하는 날 우리는 리마는 스킵하고 이카로 향했다. 이카에서 오자 마자 짐을 풀고 투어를 신청했다.
쿠스코에서 조금 오래 있을 예정이라 빨리빨리 이카를 떠나자고 해서 와라즈에서 도착한 당일 오후에 버기카 투어를 하기로 했다. 버기카 투어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지금 까지 한 투어 중에 제일 재밌었다.
일단 계속 산만 타고 다녀 가지고 굉장히 힘들었어서 재미 던 것 도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탄 버기카는 8 명정 도 탔는데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페루 사람이었다. 투어 끝나고 사진 찍고 놀고 있는 데 갑자기 페루 아이들이 우리를 둘러싸길 시작했다. 난 얘네가 그냥 사막에서 뛰어내려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멈추더니 너네 한국인이냐고 BTS, 엑소 아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남미 사람들이 군무를 정말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아이돌들이 군무를 각 맞춰서 딱 딱 잘하다 보니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BTS 엑소를 잘 모른다. 빅뱅이라면 모를까 아무튼 남미에서 셀럽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같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친구한테 보내줬는 데 자원봉사 단체장 같이 나왔다고 해줬다.
그렇게 투어가 끝이 나고 힘들어서 그냥 숙소 가서 밥을 시켜 먹었다. 스파게티 하나랑 숙소에 라면이 팔아서 라면을 하나 시키고 페루에서 유명한 피스코 샤워를 먹었다. 이 호스텔은 한인민박은 아닌데 신라면을 팔고 있었다. 다시 한번 BTS와 EXO의 힘을 느낀다.
얘네는 라면은 파는데 라면을 끓일 줄 은 모르는 건지 라면이 우동이 되어서 나왔다. 우동을 먹으면서 왜 남미에 오게 된 건 지 잠시나마 이야기하게 되었다. 원래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였고 여기 오기 전에는 동생이랑 미국 서부 일주를 하고 왔다고 했다. 다신 남동생이랑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자기가 워낙 여행을 좋아하고 밖으로 많이 다녀서 집에서는 외계인 취급을 받는 다고 했다. 동생이랑 친척들은 좋은 대학 나오고 취업해서 잘 사는데 넌 왜 그러냐고. 사실 나는 군대에 갔다 오고 나서 제대로 집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말레이시아 호주 여기 오기 전 제주도까지 항상 머릿속에 여길 가고 싶다거나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하는 편이다. 혹자는 YOLO라고 하는데 뭐 비슷하긴 한데 꼭 그렇지도 않다. 사실 아직 나도 이게 맞는 건 지 틀린 건 지 잘은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후회는 없다. 나중에 돌아가더라도 지금과 똑같이 살 것이라는 것이다.
너는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지극히 정상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여행 다니다 보면 알겠지만 나도 그렇겠지만 이상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한국인의 정서, 그놈의 한국인의 정서가 뭔 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게 사는 사람들. 자기 방식대로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나도 내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외계인 취급을 받지만 여기엔 비슷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나랑 비슷한 동족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재밌고 반갑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간다. 이런 사람들이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이카에서 신기한 경험들을 하고 마추픽추의 도시 쿠스코로 향했다. 장장 18시간이 걸리는 긴 버스 시간이었다. 버스를 탔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국 사람을 또 한 명 만났다 캐나다 워킹 끝나고 쭉 여행하면서 내려오고 있다는 이 친구 나랑 동갑이다. 교회 오빠같이 생겼다. 교회 오빠 맞았다. 아무튼 또 동행이 한 명 더 늘 었다. 혹시나 남미 여행을 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생각했을 때 혼자라고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남미에는 생각보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정말 많고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장장 20시간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정말 길다. 잠을 세 번 정도 잔 것 같은 데 아직도 도착을 안 했다. 아무리 멀어야 6시간이면 가는 작은 땅덩어리인 나라에서 살다가 오니 세상은 정말 넓구나 하는 걸 느낀다. 쿠스코에 도착해서 우리는 숙소로 갔다 버스에서 만난 교회 오빠 친구는 한인민박에 예약을 해서 그리로 가고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호스텔로 향했다. 호스텔은 생각보다 깔끔했고 컸다. 버스를 너무 오래 타서 일단 좀 쉬기로 했다 짐을 풀고 잠이 들었다.
쿠스코는 정말 예쁜 도시였다. 스페인 양식 붉은 벽돌로 되어있는 예쁜 도시 오래 있기 좋은 곳이었다. 한인식 당도 여러 군데 있고 투어도 많이 있고 한가롭게 있기 좋은 동네였다.
리마는 현대적인 느낌이었고 와라즈는 시골이었으며 이카가 사막이었다면 쿠스코는 여행지 같은 느낌이었다. 저녁에 쿠스코 시내를 한번 둘러보고 투어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쿠스코에는 한인 여행사도 있는 데 그중에 파비앙이라는 여행사가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유명하다고 해서 그쪽으로 갔다.
나는 가는 동네만 정해 놓고 움직이고 현지에 가서 알아보는 편인데 같이 다니는 동생이 이런 쪽에 정보가 바삭해서 같이 있는 동안 편하게 다녔다. 여행사 들어가자마자 온갖 곳에 한국말이 붙어있었다. 라면도 팔고 소주도 팔았다. 굉장히 반가 웠고 저녁에 먹으려고 소주랑 라면도 하나씩 샀다. 한국인 사장인 줄 알았는데 한국인 사장은 아니었고 페루 사람이었다. 영어로 설명을 해주었는데 우리 동생이 또 어릴 때 캐나다에서 4년 정도 살다와서 영어를 무지하게 잘한다. 물론 나도 전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동생이 아주 잘해서 가만히 있었다. 대충 가격이랑 일정 정도만 알아보고 하루 종일 지친 우리는 호스텔로 들어왔다.
몇 군데 둘러보긴 했는 데 귀찮아서 그냥 파비앙에서 하기로 했다. 잉카 정글 트레킹 2박 3일 마추픽추 투어를 하기로 했는데 오늘 버스에서 만난 친구랑 그저께 키파 갔던 와라즈 형님이 일정이 우리랑 겹쳐서 투어를 같이 하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4명이 되었다. 다음날 투어사에 돈 내러 갔는데 혼자 오신 한국분 한분이 상담받고 있길래 그냥 우리랑 같이 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5명이 되었다. 이처럼 남미에서는 동행 구하기가 쉽다. 그리고 10달러인가 가격도 좀 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