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7세 신통이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장면이다. 파티션 좌측부터 수작업한 그림책이 걸려있고 색종이와 색색 풀, 유아 가위, 색연필, 손전등, 나침반, 줄자, 지구본, A5용지, 펀칭기, 램프 등이 비치되어 있다.
신통이 방 첫인상
육아 동선을 구상할 때마다 모든 시각을 철저하게 아이 관점에서 설계하던 원칙이 있었다. 이 방도 신통이 발달 과정에 따라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신통이는 돌 전부터 수과학적 교구에 몰두하는 면이나 글을 알아서 깨치는 면이 있었지만 지금의 집중도가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아주 아기 때부터 효과적인 육아 동선을 제공받으며 자라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
아이가 스스로 완성한 첫 그림책
둘째 방통이 출산을 앞두고 신통이의 독립 수면 목적에서 이 방이 선택된 것이었다. 4년 전쯤 이사 왔을 때 그저 공간이 작아 골치 아픈 방이었는데 궁리를 거듭한 끝에 아이가 주도적으로 몰입하는 신통한 공간이 되었다.
아이만의 공방
아래의 실험 계획서는 신통이가 우연히 실험 과학이라는 책을 접한 후 가족들이 모두 잠들 시간에 스스로 잠들기 전까지 스스로 책상에 앉아 스스로 작업한 중간 결과물이다. 오늘 아침인가 메탄올과 전선, 대못, 코르크 마개 등을 구해달라고 한 신통이었다.
2021.06.22 신통이 실험 과학 작업 노트
아이를 관찰하다 보면 아이의 모든 것을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계획서나 설계도, 초대장이라는 명목 하에 그려지는 많은 종이 조각들을 살펴보니 아이가 가장 알차게 활용하는 종이는 A5용지 크기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가 알차게 끄적이는 A5 용지와 램프
아이가 원에서 매주 주말 지낸 이야기를 그려오는데 7세 때부터는 한쪽 벽면에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6세 때까지는 방통이 두 돌까지 정신없이 남매 육아를 해내느라 여유가 부족했다. 그 당시는 이런 것들보다는 남매가 가족 안에서 잘 적응하고 화목한 하루하루를 지내보는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판단했다. 그 선택은 옳았고 신통이 방통이는 남매 그림책을 내도 좋을 만큼 우리를 감탄하게 할 다양한 에피 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아이가 그린 주말 지낸 이야기 그림 전시 벽면
가정, 유치원, 사교육 기관에서 만들어온 작품 전시 벽면
가정, 유치원, 스팀교육 기관을 통해 스스로 만든 것까지 어떠한 작품이든 공간에 전시하고 있다. 아이가 친구들이나 손님이 왔을 때 자신감 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한 배려이다. 아이들도 꽤나 자기 효능감을 확인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가정, 유치원, 사교육 기관에서 만들어온 작품 전시 테이블
이렇게 아이가 만든 책을 모아 보면 아이가 놀이를 하면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했을지 상상이 되곤 한다. 이 각도는 아이가 침대에 누워 바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장면이다. 이제 잘 시간이란 습관에 길들여졌지만 터벅터벅 방으로 향하는 그 뒷모습을 볼 때면 항상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동시에 온다. 침대에 홀로 누웠을 때 바로 잠이 오지 않을 때 아이의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을 그곳이 엄마를 그리워할 지점은 아닐까... 아이는 동생을 위해 만 3세 때 수면 독립을 해내었다. 그런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자긍심' 그걸 선물하고 싶었다.
신통이가 직접 만든 그림책 전시면
아이의 원에서 보내온 모든 수업자료를 수집 정리한 벽장
우리 집엔 상업적인 장난감이 거의 없다. 몇몇 역할놀이를 위한 약간의 소꿉놀이와 병원놀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책과 교구이다. 또 바로 이 유치원 수업 자료들이 아이의 장난감이다. 아이는 가끔 이것들을 다시 꺼내어 보고 말로 풀기도 하고 계속 다시 활용하기도 한다. 아주 즐긴다.
그럴 수 있도록 차곡차곡 바구니에 분류해서 모으고 있다. 어떤 엄마들은 이걸 쓰레기라며 바로 처분하는 집도 있던데 한번 쓰고 버리기엔 좀 아까운 것 같다. 이 자료들은 일회용품 같아 보여도 식탁에 살짝 올려두기만 해도 식사 때 아이와의 대화거리가 무궁무진해지는 장점도 있다.
궁금한 것을 시작적으로 풀어보는 대형 칠판
아이가 끄적이다 모르는 게 있어 물어볼 때 이 대형 칠판에 그리면서 설명을 해준다. 또는 인체 혈관이나 근육, 내장기관 같은 그림을 자석으로 붙이는 용도 내지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K-마마 자기주도 아이방 인테리어 모습
방통이를 임신한 채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 유독 이 방이 작았다. 블라인드 뒤로 숨겨진 실외기 창고 공간 때문에 말 그대로 코딱지만 한 방을 가지고 어떻게 아이방으로 활용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더랬다.
우리 신통이에게 가장 고마운 건 몇 날 며칠 궁리해 육아 동선을 개선하면 그걸 놀랍도록 즐긴다는 면이다. 방통이도 이 방에 종종 왔다 갔다 하길래 같은 책상 의자를 거실에 마련해주었다.
"신통이와 엄마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길고 긴 실로 연결되어 있어. 그게 뭐냐고? 그건 바로.. 믿음 아야."라는 엄마의 그 말을 정말 있는 그대로 믿어준 아이였기에 최고의 선물, 바로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을 주고 싶었다. 아이가 직접 만든 작품들을 두고 보며 편안하게 잠들고 기분 좋게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래오래 남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