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는 PR에서 신뢰 쌓는 PR로

<1부> 언론홍보는 ‘신뢰를 설계하는 일’

언론홍보 체계가 없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위기 때만 PR을 쓰는 회사는 평생 위기만 맞고, 오너리스크가 터질 때 그 허술한 체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결국 홍보 담당자는 고립된 채 ‘그때그때 막는 일’에 소모되고 만다; 그래서 언론홍보의 첫걸음은 무엇보다 ‘기준’을 세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저자 올라운더 파크엘리는 위기와 신뢰를 설계해 온 20년차 부장급 홍보·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홍보 조직과 인력이 비어 있는 환경 속에서도 그룹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사실상 홀로 구축·운영해 온 PR 올라운더다. 현장에서 수없이 마주한 복잡한 이슈와 오너리스크, 조직의 메시지와 체계를 다뤄온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그때그때 막는 홍보’가 아니라 ‘기준으로 작동하는 홍보’를 만들고 제안해 왔으며, 이제는 PR을 조직의 지속 가능한 신뢰 자산으로 승격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일과 삶의 최전선에서 버텨온 시간은 사람과 조직을 바라보는 감각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었고, 조직과 가정 모두에서 신뢰가 어떻게 축적되고 지켜지는지를 현실 언어로 풀어내고자 한다.

이 글은 현장에서 먼저 넘어져본 선배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건네는 실전적 조언이자, 신뢰를 쌓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언론홍보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회사와 사회 사이에서 신뢰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기사 몇 건 내는 기술이 아니라, 회사가 어떤 얼굴로 세상과 만나고 어떤 태도로 책임을 질지 미리 정해두는 작업이다. 결국 언론홍보는 ‘뉴스’라는 언어로 회사의 신뢰를 다루는 직무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 언론홍보를 “이슈 터지면 막는 일”로만 이해한다. 내가 여러 회사에서 보아온 현실은 대개 비슷했다. 위기 대응은 급하게 돌아가는데, 평소에는 체계가 없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어디까지 말할지 정해둔 적도 없다.


그래서 이슈가 터지면 그때 그때 누군가가 뛰어들어 “단로(단도리)”를 치고, 잠깐 불을 끈다. 그 사이 언론은 한 발 더 파고, 시장은 불안해지고, 내부는 서로를 탓한다. 그리고 며칠 뒤 아무 일 없던 듯 넘어간다. 문제는 그렇게 넘어가도 신뢰는 한 푼도 저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이 언론홍보가 ‘없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언론홍보를 기능이 아니라 ‘소방수’로만 쓰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은 위기 때 PR을 불러놓고는, 위기가 끝나면 PR을 다시 방치한다. 그러니 PR 담당자는 늘 이중의 좌절을 겪는다. 하나는 “당장 막아야 하는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도 PR의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선 PR이 성과를 내도 그 성과가 조직의 자산으로 남지 않는다. 그저 담당자가 ‘잘 막았다’는 개인기록으로만 끝난다.


특히 오너리스크 같은 ‘치명 리스크’에서 이 체계 부재는 더 크게 드러난다. 오너리스크는 사실 문제이면서 동시에 감정 문제이고, 가치 문제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말만으로는 사안이 끝나지 않는다. 사회는 회사의 태도와 책임을 본다. 그런데 체계가 없는 회사는 이 순간에 우왕좌왕한다. 어느 날은 임원이 말하고, 다음 날은 인사팀이 말하고, 어느 날은 오너가 툭 던진다. 메시지가 흔들리고 주체가 바뀌는 순간, 시장은 바로 읽는다.

“이 회사는 컨트롤이 없다.”


그 한 줄의 인식이 회사에 남기는 손실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 주가, 채용, 세일즈, 규제, 내부 사기까지 한꺼번에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PR을 하는 후배나 PR이 낯선 임원들에게 늘 같은 말을 한다.

“위기 때만 PR을 쓰면, 평생 위기만 맞는다.”


신뢰는 위기 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평시에 저축되어 위기 때 인출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평시에 회사의 얼굴을 선명하게 만들어두고, 우리의 기본 태도와 원칙을 반복해 쌓아두고, 기자와 시장이 “저 회사는 원래 저런 기준이 있는 곳”이라고 느끼게 만들어놔야 한다. 그게 있으면 위기는 ‘사건’으로 끝나고, 그게 없으면 위기는 ‘정체성 붕괴’로 번진다.


그렇다면 질문이 남는다.
언론홍보를 ‘그때그때 막는 일’이 아니라, ‘기준으로 작동하는 신뢰의 체계’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2부에서 나는 “홍보 체계의 다섯 가지 뼈대”와 “당장 시작할 최소 세트”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2부> 불 끄는 PR에서 신뢰 쌓는 PR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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