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는 PR에서 신뢰 쌓는 PR로

〈2부〉 기준으로 작동하는 홍보: 체계의 다섯 가지와 최소 세트

언론홍보 체계가 없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위기 때만 PR을 쓰는 회사는 평생 위기만 맞고, 오너리스크가 터질 때 그 허술한 체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결국 홍보 담당자는 고립된 채 ‘그때그때 막는 일’에 소모되고 만다; 그래서 언론홍보의 첫걸음은 무엇보다 ‘기준’을 세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저자 올라운더 파크엘리는 위기와 신뢰를 설계해 온 20년차 부장급 홍보·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홍보 조직과 인력이 비어 있는 환경 속에서도 그룹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사실상 홀로 구축·운영해 온 PR 올라운더다. 현장에서 수없이 마주한 복잡한 이슈와 오너리스크, 조직의 메시지와 체계를 다뤄온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그때그때 막는 홍보’가 아니라 ‘기준으로 작동하는 홍보’를 만들고 제안해 왔으며, 이제는 PR을 조직의 지속 가능한 신뢰 자산으로 승격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일과 삶의 최전선에서 버텨온 시간은 사람과 조직을 바라보는 감각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었고, 조직과 가정 모두에서 신뢰가 어떻게 축적되고 지켜지는지를 현실 언어로 풀어내고자 한다.


그럼 체계라는 게 뭔가. 대단한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나는 체계를 딱 다섯 가지로 정의한다.


첫째, 원칙.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사실-추정-루머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임원과 오너의 발언도 이 원칙 아래 있는가. 원칙이 없으면 회사의 말은 상황 따라 흔들린다.


둘째, 메시지 구조.
회사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그 정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메시지가 3~5개로 정리되어 있는가. 이 구조가 없으면 사건마다 논리가 달라지고, 회사는 ‘정체성이 없는 조직’으로 읽힌다.


셋째, 프로세스.
이슈가 생기면 누가 탐지하고 누가 사실을 확인하며, 누가 최종 메시지를 승인하는지 ‘자동으로’ 흘러가게 돼 있는가. 프로세스가 부재하면 대응은 늘 늦고, 그 늦음이 곧 위기의 연료가 된다.


넷째, 역할과 권한.
PR은 단순 창구인가, 전략 기능인가. 법무/인사/사업/IR과의 협업 테이블은 정의되어 있는가. 역할이 분명하지 않으면 위기 때마다 말하는 주체가 바뀌고 책임이 흩어진다.


다섯째, 자산.
기자 맵, 핵심팩트북, Q&A, 위기 시나리오가 있는가. 이게 PR의 근육이다. 근육이 없으면 위기 때마다 맨몸으로 싸워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회사의 언론홍보는 **“그때그때 막는 PR”**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다면 PR을 잘 모르는 타부서와 임원, 오너가 있는 조직에서 언론홍보 체계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내가 추천하는 방식은 거창하지 않다.

“작게, 그러나 반복 가능하게.”


나는 최소 체계의 ‘첫 세트’를 이렇게 제안한다.


1) 이슈 등급표 3단계만 만들 것.
단순 문의 / 평판 영향 / 치명 리스크.
등급에 따라 승인 라인·대변인·응답 시간까지 연결한다. 이 표 하나가 있어야 조직은 “얼마나 급한가”를 같은 언어로 말할 수 있다.


2) 그룹(회사) 핵심 메시지 5줄을 고정할 것.
우리는 누구인가(1줄)
무엇을 잘하는가(2줄)
사회와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책임을 지는가(2줄)
이 5줄이 흔들리지 않으면, 위기 속에서도 회사의 정체성은 유지된다.


3) Q&A 10개를 평시에 써둘 것.
기자가 물을 만한 질문을 미리 적어두고, 위기 때는 업데이트만 한다. 이것만으로도 대응 속도와 일관성이 확 달라진다.

이 세 가지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조직이 변한다. PR이 ‘귀찮은 요청 창구’가 아니라 기준을 가진 리스크 관리 기능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PR 담당자는 덜 외롭고, 회사는 훨씬 안전해진다.


마지막으로, 경험자로서 한마디만 더 한다면. PR은 티가 잘 안 난다. 잘하면 “원래 괜찮은 회사였지”로 지나가고, 못하면 “왜 이렇게 됐냐”로 터진다. 그래서 PR 담당자는 늘 인정받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언론홍보의 본질은 ‘인정받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남기는 일’이다.


그 신뢰가 쌓이면 언젠가 위기 한복판에서 회사가 살아남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그게 PR이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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